[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전국적으로 아파트 매도물량이 쌓이는 상황에서 경기도 김포시 집주인들이 서울시 편입 기대감에 물량 회수에 나서 주목된다.
서울시로 편입될 경우 지역 프리미엄으로 집값이 현재 수준보다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매물이 줄어든 수치가 아직 두드러지진 않지만 공론화 과정이 본격화하면 매도물량 감소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게 현지 분위기다.
◆ 전국적 매도물량 확산에도 김포시는 증가세 꺾여
3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경기도 김포시 아파트 매도물량은 8483건으로 집계돼, 이틀 전(8510건)과 비교해 0.4%(27건) 줄었다.
이 기간 경기도 42개 시군구 중 매도물량이 감소한 지역은 연천군(-1건)과 김포시 등 2곳뿐이다. 그러나 연천군은 매도물량이 100건대 불과해 사실상 김포시가 유일하게 감소한 지역으로 분류된다.
김포시 아파트 매도물량이 서울 편입 기대감에 감소하고 있다. 김포한강신도시 모습. [사진=이동훈기자] |
줄어든 숫자로 보면 시장 분위기를 가늠할 정도의 수치는 아니지만 타지역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경기도는 이틀 새 매도물량이 평균 2% 정도 증가했다. 이천이 3.7%로 가장 많이 늘었고 양주시, 동두천시, 수원시 장안구, 안양시 동안구, 안성시 등도 2% 이상 매물이 늘었다.
주택시장에 관망세가 늘면서 수요가 많은 서울지역도 상황이 비슷하다. 이날 기준 아파트 매도물량은 8만452건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21년 4월 이래 가장 많이 쌓인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했던 작년 말에는 5만건 안팎에서 움직였다가 지난 8월 7만건을 넘어섰고 이달 8만건을 돌파한 것이다.
김포시의 매도물량 감소는 최근 불거진 서울지역 편입 이슈가 영향을 미쳤다. 앞서 김동연 경기도지사 지난 9월 말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나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특별법 제정을 위한 주민투표 실시를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김포는 경기북도 범위에 포함하지 않고 편입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이에 '경기북도 김포'가 아닌 '서울 김포'가 낫다는 의견이 나왔고 김병수 김포시장도 서울 편입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김 시장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끝날 것 같던 이번 사안에 국민의힘이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당론으로 정해 의원 입법을 추진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 김포처럼 서울시와 연접한 하남 등 일부 지역도 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서울 편입을 모색하고 있다.
김포 풍무역 인근 A공인중개소 대표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에 편입되기보단 서울에 속하길 희망하는 거주민이 절대적으로 많은 상황"이라며 "현실화할 경우 서울 프리미엄이 집값에 반영될 것으로 기대하는 집주인들이 일부 매물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 고금리, 경기침체 우려에 거래 증가·집값 반등은 아직
김포시의 서울 편입 이슈에도 거래량과 매도호가에는 큰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행정구역 변경 이슈가 지하철, 생활편의 시설 등 지역 인프라 개발보다 다소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대기 수요자 입장에서도 서울지역 편입 가능성만으로 주택 매수하기가 쉽지 않다. 고금리와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시장에 관망세가 확산한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매도물량 수치와 달리 거래량은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부동산 거래계약 신고는 매매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로, 거래일과 거래량 데이터간 시차가 존재하는 것이다.
최근 아파트 거래량과 시세는 약세다.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김포시는 올해 3월 아파트 거래량이 1061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8월 836건, 9월 773건으로 감소했다. 9월 거래량은 지난 1월 이후 거래가 가장 적은 수치다. 10월에도 이날 기준 473건에 그쳐 월별 거래량 600건대가 예상된다. 아파트값도 최근 2주 연속 하락했다.
리얼&인베스트먼트 민수진 센터장은 "행정구역의 서울 편입은 지역 내 대형 호재로 인식되지만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해 거래량 급반등은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고금리 등의 이유로 주택시장이 투자수요보다 실수요자 시장으로 움직이는 것도 거래량과 집값 상승을 제한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