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에서도 협상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오래간만에 만난 후배 A의 고민 역시 연봉협상이었다. 후배 A가 물었다. "2년째 제 연봉이 거의 안 올랐어요. 매번 연봉 협상 시즌이 되면 '얼마 인상해 주세요'라고 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회사는 매번 통보만 하고 저는 그걸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요. 이번엔 목소리 좀 내고 싶은데 방법 없을까요? 이건 연봉협상이 아니라 연봉 통보 아닌가요?"
맞다. 대한민국에서 대부분 직장인은 이직을 하지 않는 한 회사의 일방적인 연봉 결정 통보를 받아들일 뿐, 협상을 통해 연봉 인상을 하기란 쉽지 않다. 이유가 무엇일까? 근로기준법 제4조는 분명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는데... 왜 우리는 회사와의 연봉협상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걸까. 후배 A에게 조언해 줄 4가지 전략을 알아보자.
전략1. 연봉협상의 무기가 되는 근거를 쌓자(성과 노트를 만들자)
당신의 성과와 역량을 입증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를 모아야 한다. 한 해 동안 회사에서 달성한 업무 성과와 업적을 수집하여 구체적으로 정리해야 하는 것이 좋다.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당신이 회사에서 했던 업무들을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자. 성과는 평소에 관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성과를 보여줄 객관적인 지표(매출 증가율, 신규 고객 확보, 프로젝트 완료율 등)가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정성적 요소도 충분히 어필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회사 내 제도를 개선한 사례가 있다든지 이런 내용 등을 뽑아서 자신만의 성과 노트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전략2. 내 몸값을 후려치기 당하지도, 그렇다고 과대평가하지도 말자(내 위치를 파악해 보자)
당신이 받고 싶은 연봉의 적정 값은 어떻게 결정해야 할까? 우선, 시장조사가 필요하다. 온라인 취업사이트, 채용정보 사이트, 관련 커뮤니티, 인적 네트워크 등을 통해 동종업계 평균 연봉을 조사해 보자. 동종업계 현황도 꾸준히 체크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시장에 구직자가 많으면 상대적으로 나의 가치는 떨어질 것이고, 적다면 나의 가치는 올라갈 것이므로 동종업계 채용시장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장 이직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객관적으로 당신의 연봉 수준을 알고 싶다면 헤드헌터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당신이 동종업계 평균 연봉보다 적게 받고 있다면 동종업계 평균 연봉을 기준으로, 그리고 물가 상승률, 올해 회사의 이익 등을 감안하여 당신이 양보할 수 있는 연봉 인상률의 최저치와 당신이 받고 싶은 최대치를 정해보자. 다만 회사가 계속해서 난색을 표한다면 회사가 제시하는 안보다 약간 높은 수준에서 결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전략3. 업무나 보직이 변화하는 상황을 노리되, 감정에 호소하지는 말자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자. 회사에서 업무가 추가되거나 중요한 보직을 맡게 되는 순간이 분명히 있다. 이 기회를 활용해 보자. 기회를 적극적으로 포착하되 빈번한 협상 요구는 지양하자. 회사에서 중요한 건 '당신이 회사의 매출 내지 비즈니스에 얼마나 기여했는가'이다. 회사 내에서 자신의 가치는 결국 업무 성과로 보여 줄 수밖에 없다. 결국 연봉을 더 받기 위해서는 업무 성과로 설득은 하되, 절대 '이 연봉으로는 생활이 어려워요'라고 무작정 감정에 호소하지는 말자.
전략4. 대안을 제시해 보자 (win-win 전략을 만들자)
회사 내 정해진 pay-band(임금폭)가 있다면 pay-band 상한을 초과하는 연봉을 주기란 쉽지 않다. 회사 내 직원들 간 형평성 문제 때문에 그렇다. 혹은 회사의 경영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경우, 당신이 원하는 연봉을 얻지 못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럴 때는 회사가 제시하는 연봉 안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걸까? 정답은 없다. 하지만 대안을 제시해 볼 수도 있다. 원하는 부서 배치, 보직 부여, 인센티브 지급, 복리후생, 교육 기회 제공 등 플랜 B를 제시할 수도 있다. 만일 회사가 직원에게 원하는 연봉을 주지 못하는 경우, 직원이 일할 의욕을 잃는다면 회사의 입장에서도 마이너스다. 즉, 회사의 경우에도 직원에게 동기 부여를 해주기 위해 연봉이 아닌 다른 형태로라도 열심히 일한 직원에게 보상을 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회사와 당신의 윈-윈(win-win) 전략을 모색하면 협상에서 쌍방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글 이수정 중앙노동위원회 심판2과 조사관
※ [슬기로은 직장생활]은 <뉴스핌>이 중앙노동위원회와 제휴를 맺고 위원회가 분기별로 발간하는 계간지 <조정과 심판>에 담긴 직장생활 노하우 주요내용을 연재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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