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금융당국이 연내 도입을 예고했던 '스트레스 DSR' 적용 시점을 내년 이후로 연기했다. 일각에서 필요성을 제기한 대출총량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고금리 차주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는 방안도 금융권과 협의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이세훈 사무처장 주재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주택금융공사, 예금보험공사, 은행연합회, 금융연구원 등 유관기관과 함께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를 8일 개최했다.
[자료=금융위] |
회의에서는 10월 가계대출 증가폭(6조3000억원)이 기타대출 증가 등의 요인으로 전월(2조4000억원) 대비 확대됐으나 DSR 산정만기 개선, 정책모기지 공급속도 조절 등으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점차 둔화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앞으로도 가계대출의 안정세가 계속 이어지기 위해서는 면밀한 모니터링과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하면서 보다 강도 높은 정책적 노력을 취해 나가기로 했다.
첫째, DSR 규제를 더욱 내실화한다.
DSR 적용예외 항목을 면밀히 점검하고 취약부문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는 범위에서 점차적으로 적용범위를 확대해나가는 방안을 검토한다. 특히 현재 논의중인 '변동금리 스트레스 DSR'은 12월 중 세부방안을 발표할 수 있도록 조속히 준비해나갈 계획이다.
스트레스 DSR은 기존 DSR에 금리상승, 소득감소, 나이, 기타 재정적 압박 등 '스트레스 테스트'라는 가정을 대출심사에 넣은 것으로 도입될 경우 대출총액감소가 불가피하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지난 9월 스트레스 DSR 도입 취지를 설명하면서 소득 5000만원 차주가 금리 4.5%의 대출을 50년 만기로 받을 시 가산금리 1%포인트를 스트레스 요인으로 적용하는 예를 제시한바 있다. 이 경우 대출한도가 4억원에서 3억4000만원까지 줄어든다.
금융위원회. [사진=뉴스핌DB] |
당초 연내 도입을 예고했지만 대출한도 급감에 따른 파장을 고려할 때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12월 중 세부방안을 발표한 후에도 우선 적용이 필요한 분야를 파악, 단계적으로 적용해 시장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스트레스 DSR 도입 일정과 관련,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 현재 시뮬레이션을 진행중이다. 도입에 따른 차주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빨리 시행하겠다"고 설명했다.
둘째, 은행들 스스로 장기·고정금리 모기지 대출을 적극적으로 취급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유인구조를 마련한다. 은행별 고정금리 대출실적을 예금보험료 차등평가 보완지표에 반영하는 방안을 내년 1월부터 시행하고 혼합형 대출을 확대하는 데 기여했던 '고정금리·분할상환 행정지도'도 개편한다.
아울러 순수 장기·고정금리 대출 등에 대해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형태의 '신 고정금리·분할상환 행정지도'도 내년 1분기 중 발표한다. 장기·고정금리 대출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되는 커버드본드 등에 대한 인센티브(예대율 규제 완화 및 주신보 출연요율 우대 등)도 더욱 확대한다.
셋째,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과도해지지 않도록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를 밀착 관리한다. 개별 은행별로 가계대출 항목별·용도별 증가추이를 모니터링해 가계대출 증가속도가 높은 은행에 대해서는 관리방안 협의 등 구체적인 조치를 취한다. 제2금융권도 업권별 협회 등을 중심으로 대출관행 및 대출속도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나갈 방침이다.
넷째, 고금리 상황에서 차주들이 원하는 시기에 부담 없이 대출을 상환하거나 보다 낮은 금리의 대환대출 등을 통해 상환부담을 경감할 수 있도록 중도상환수수료 한시 면제 등 다양한 방안을 금융권과 적극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이세훈 사무처장은 "가계부채 관리는 단기적으로 성과가 나타나기 어려운 과제인만큼 장기적인 관점으로 금융회사와 금융이용자의 대출관행·행태를 변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상환 범위 내에서 고정금리·분할상환으로 빌리는 대출관행'이 뿌리깊게 정착할 수 있도록 정교한 제도적 인센티브 체계를 만들어 나가는데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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