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고금리와 경기둔화 등으로 부동산 시장에 냉기가 흐르면서 연말을 앞두고 아파트 공급에 나서는 중견 건설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중견 건설사들은 분양 사업장이 대부분 수도권 이외 지역에 집중돼 미분양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부동산 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지방 분양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아파트 청약 경쟁률과 주택 거래량이 전반적으로 하락 전환해 청약 성적이 입지별로 극명하게 엇갈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중견 건설사, 지방서 연말 밀어내기 분양 본격화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시장이 침체 분위기가 흐르자 중견 건설사들이 지방 분양을 앞두고 흥행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선 연말을 앞두고 부산지역에서 신규 공급물량이 많다. 효성중공업·진흥기업은 오는 17일 부산 남구 우암동 '해링턴 마레'(2205가구, 우암1구역 주택재개발)의 견본주택을 열고 본격적인 분양에 나선다. 일반분양 물량이 전체의 63%인 1382가구로 적지 않다. 이달 27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28일 1순위 청약, 29일 2순위 청약을 받는다. 최근 침체한 주택경기를 감안해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를 적용해 초기 부담을 낮췄고 중도금도 전액 무이자로 지원한다.
주택경기가 악화하면서 지방 미분양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방 아파트 모습. [사진=뉴스핌DB] |
대방건설은 부산 강서구 강동동에서 '부산에코델타시티 디에트로 그랑루체'(1470가구)를 분양한다. 오는 23일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고 분양일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조성되는 전체 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며, 전용면적별 공급가구는 ▲59㎡ 389가구 ▲84㎡ 810가구 ▲110㎡ 371가구다.
친환경 수변도시를 표방한 부산에코델타시티는 사업 시행사가 부산광역시, K-water, 부산도시공사이며, 1만1770㎢(약 356만평) 부지에 조성 중이다. 이 지역에는 약 주택 3만 가구를 공급해 7만6000여명을 수용할 계획이다.
원걸설은 충북 청주에서 원봉공원힐데스하임(1211가구), 서진건설은 충남 보령에서 '보령엘리체 헤리티지'(971가구), 대방건설은 기장군 장안읍에서 '부산장안1차 데에트르'(본청약, 507가구) 공급에 나선다.
또 제일건설은 제주도에서 '중부공원 제일풍경채 센트럴파크'(728가구)를 분양한다. 중부공원 민간공원 특례사업으로 공급하는 아파트로 최고 15층, 12개 동, 전용면적 66~124㎡로 구성된다. 이 중 전용 84~124㎡, 653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호반건설은 경북 안동시 옥동에서 '위파크 안동 호반'(820가구)을 선보인다. 이달 20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21일 1순위, 22일 2순위 일정으로 청약한다. 이 단지도 경북 안동 최초의 민간공원 특례사업으로 조성되는 아파트다.
매출 원가율이 95%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미분양이 확산하면 건설사들의 실적이 빠르게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미분양이 늘면 중도금, 잔금이 원활하게 유입되지 않아 사업자의 사업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수익성이 낮아지는 주된 이유다. 여기에 미분양 처분을 위한 할인분양, 마케팅비용 확대 등도 투입해야 해 주택사업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국내 주택사업 비중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주택사업 부진은 실적 부진으로 직결된다.
◆ 관망세 확산·지역별 양극화에 미분양 우려
최근 주택시장은 한파가 예고되고 있다. 집값이 직전 거래가보다 하락해 거래되는 비중이 늘고 있고 주택 거래량도 급감했다. 대기 수요자들이 내 집을 마련 시기를 미루며 관망세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지방 분양시장은 투자수요가 큰 영향력을 미친다. 하지만 고금리 영향과 집값 하락 조짐에 투자수요 또한 부동산 투자를 꺼리면서 입지가 열악하고 브랜드 인지도 부족한 분양 물량의 경우 미분양이 대거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주택사업 경기 전망도 연중 최저치로 하락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전국 주택사업 경기 전망지수가 지난달(87.7)보다 18.9포인트 하락한 68.8을 기록했다. 전국 평균 지수가 60대를 기록한 것은 올해 2월 이후 9개월 만이다.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전망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중견 건설사 주택사업부 관계자는 "주택경기 악화 조짐을 보여 중도금 무이자, 계약금 정액제 등 계약자의 초기 자금 부담을 최대한 낮추려 하고 있다"며 "청약 경쟁률이 낮으면 계약률이 더 나빠지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초기 흥행몰이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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