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부친인 고(故) 윤장섭 유화증권 명예회장으로부터 회사 지분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상속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수차례 통정매매를 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윤경립 유화증권 대표가 1심 재판을 다시 받게됐다.
서울고법 형사12-1부(김길량 진현민 김형배 부장판사)는 21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 대표에게 징역 1년6개월에 벌금 5억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원심 판결에는 관할 위반의 잘못이 있기 때문에 형사소송법에 따라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서울남부지법에서 단독 판사가 다시 선고하도록 사건을 이송한다"고 판결했다.
구체적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은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법정형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이기 때문에 지방법원 단독판사의 사물관할에 속한다"며 "달리 합의부가 심판하도록 재정합의 결정이 있었다고 볼만한 자료도 찾아볼 수 없다"며 서울남부지법 합의부에서 1심을 판결한 데는 위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로고 [사진=뉴스핌DB] |
이날 재판부는 윤 대표에 대한 보석심문도 진행했다. 윤 대표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범죄사실 대부분을 인정하고 있고 원심 판결에 관할 위반에 관한 위법이 있는 만큼 피고인이 불구속 상태에서 다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주장했다.
윤 대표도 "불구속 기소된 상태에서 1심 재판을 받았었는데 다시 1심을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선처해주셨으면 한다"며 보석 청구 인용을 호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윤 대표는 지난 2015년 11월부터 2016년 6월까지 부친이 소유한 주식 약 80만주(약 120억원)를 자사 임직원들을 동원해 '통정매매' 방식으로 매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통정매매란 주식 매도·매수자가 거래 시기와 수량, 단가를 사전에 협의해 매매하는 거래를 말한다.
검찰은 윤 대표가 상속 대신 자사주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의심하고 지난해 12월 윤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주식시장에서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자기주식을 적법하게 취득할 것처럼 공시한 다음 실제로는 통정매매를 통해 부친 주식을 매수했을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시세조종까지 하는 등 기망적 방법을 사용해 부당한 사적이득 취득했다"며 "피고인은 증권사의 대표이사로서 범행이 증권시장의 공정성과 투자자의 신뢰를 침해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직업윤리를 저버리고 범행을 저질렀다"며 징역 1년6개월에 벌금 5억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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