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주택시장에 관망세가 확산하면서 분양가가 흥행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수년전 분양가로 공급되는 미계약 물량에는 수천명이 몰린 반면 최근 신규 분양을 열기가 꺾이고 있어서다.
올해 초 이후 반등하던 집값이 하락세로 전환했고 거래량도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다. 입지뿐 아니라 분양가 수준에 따라 청약 흥패가 갈리는 현상이 확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주변시세보다 5억 싸다...청약 '줍줍'에 수천명 지원
2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청약 경쟁률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계약 취소 등을 이유로 수년전 분양가로 시장에 나온 '줍줍' 물량에 수요층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21일 경기도 성남 '산성역 포레스티아'는 계약주택분 7가구가 시장에 나왔다. 2017년 분양한 이 단지는 1705가구 규모로 2020년 입주를 시작했다. 분양가는 그 당시 공급가격으로 책정됐다. 전용 84㎡의 분양가격은 5억7700만원 정도로 발코니확장 등 옵션을 감안해도 6억원 수준이다. 주변 위례신도시 및 성남 대단지 아파트와 비교해 5억~6억원 저렴하다.
주변시세보다 수억원 저렴한 아파트 줍줍에 청약 수요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김학선] |
분양가 장점이 부각되자 '줍줍' 지원자가 대거 몰렸다. 한 가구가 공급된 주택형 74㎡B는 1만2039대 1, 74㎡A는 6401대 1을 기록했다. 자격 조건이 있는 신혼부부 게약취소분도 3094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 6일 공급된 경기도 하남 '감일 푸르지오 마크베르'의 계약취소분은 경쟁률이 6269대 1을 나타냈다. 신혼부부 대상으로 공급된 2가구는 평균 경쟁률이 1748대 1을 기록했다. 이 단지도 2020년 분양 당시 가격으로 책정됐으며 주택형 84.8㎡A 공급가격이 최고 5억7130만원이다. 청약 경쟁률이 평균 404대 1로 인기가 높았던 단지인 데다 분양가까지 주변 시세보다 4억~5억원 저렴하자 집을 사겠다는 움직임이 강하게 나타난 것이다.
'하남감일 한양수자인'은 한 가구(신혼부부) 계약취소분에 1478명이 신청했고, 서울 성북구 '보문 센트럴 아이파크'(무순위 1차)는 24가구 공급에 평균 경쟁률 80.3대 1을 기록했다.
◆ 신규 청약시장은 주춤...분양가가 흥행여부 '키'
집값 하락 기조가 확산하면서 신규 분양시장은 흥행 열기가 한풀 꺾였다. 원자잿값 상승, 고금리 등으로 분양가가 주변시세와 비슷한 수준으로 공급되는 단지가 늘어난 것도 주택 수요가 줄어든 이유로 해석된다.
투자수요뿐 아니라 실수요자 비중도 높은 서울지역 분양도 둔화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이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1순위 청약 경쟁률은 24.8대 1을 기록했다. 전달 청약 경쟁률이 77.0대 1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서울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은 지난 6월 122.3대 1을 기록한 이후 점차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분양가 상승세도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서울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3215만5200원으로, 전달(3200만100원) 대비 0.48%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6% 뛰었다. 분양가가 주변시세를 웃도는 경우도 많아 주택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한 상황에서는 내 집 마련이 쉽지 않은 것이다.
직방 관계자는 "주택경기가 악화하면서 입지와 함께 분양가가 청약결과를 결정짓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관망세가 확산하고 있어 지역별, 단지별 양극화가 더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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