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전기차(EV) 수요 둔화가 내년까지 이어지는 등 K-배터리의 겨울이 길어질 전망이다.
◆ 합작 공장 건설 연기·철회..."속도 조절, 내실 다지는 시기"
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 공장. [사진=LG엔솔] |
2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EV볼륨스(Ev-volumes)에 따르면 2024년에도 순수전기차(B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를 아우른 전체 전기차 시장은 전년 대비 27%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전기차 시장의 판매율은 지난해 대비 34% 늘어났지만, 내년엔 27%에 그치는 등 성장세가 다소 꺾인다는 설명이다.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온 배터리 업계에 제동이 걸렸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완성차와 합작 공장 건설 계획을 연기하거나 철회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포드는 튀르키예 기업과 손잡고 현지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SK온은 공장 가동 시점 조정에 나섰다. 지동섭 SK온 대표이사는 지난 1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제3회 배터리 산업의 날 기념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반적인 공장의 가동 시점과 새로 짓는 공장의 가동 시점을 일부 조정하는 정도로 탄력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북미 공장을 중심으로 감산·감원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에서 전체 생산 직원의 10%인 약 170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SK온은 미국 조지아주 공장의 생산 규모를 축소하고 일부 직원에 대한 무급 휴직에 돌입했다.
김승태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실장은 "기업들이 투자금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대한 투자를 해왔기에, 이제는 기술개발(R&D)과 생산량 조정 등 속도 조절을 통해 내실을 다지는 시기"이라며 "내년에 늘어날 배터리 물량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른 수요처에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내년엔 미드니켈 등 가격 경쟁력을 높인 '보급형 배터리' 개발과 삼원계(니켈·코발트·망간)와 LFP 등 다양한 배터리에 대한 세제 혜택 여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K-배터리, 중저가 시장에 도전장..."2025년 기점으로 변화"
2023 인터배터리에서 공개된 SK온의 전기차용 LFP 배터리. [사진=SK온] |
K-배터리의 고전은 2024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주춤하면, 이는 공장 가동률을 떨어뜨리는 등 수익성 저해 요소가 된다. 수익성이 떨어지면 기업의 재무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고금리로 해외 설비 투자를 위해 조달한 자금의 이자 부담이 커진 상태에서 신규 투자 유치도 어려워지기 떄문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해외 공장 설립에 드는 비용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공정에 들어가는 설비와 인건비 등 여러 제반 비용이 오르는 등 투자금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재무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배터리 기업의 성장세도 K-배터리 회복에 걸림돌이다. 중국 기업이 주력 제품인 리튬·인산·철(LFP)배터리 판매 호조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시장을 제외한 올해 1~9월 판매된 세계 배터리 점유율 1, 2위 기업은 중국 업체인 CATL과 BYD가 차지했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합산 점유율은 5.8%P(포인트) 하락한 48.3%를 기록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보다 가격이 약 30% 이상 비싸다. 이러한 이유로 삼원계 대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LFP나 망간리치 및 LMFP(리튬망간인산철) 배터리 등에 눈 돌리는 기업이 늘고 있다. 각국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폐지 또는 축소되면서 배터 가격을 내리지 않으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전기차 원가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30~40%로 높다.
이에 삼원계 배터리 등 프리미엄 제품에 주력했던 국내 배터리 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LFP 배터리 양산을 기존 목표인 2026년보다 앞당길 계획이다. 삼성SDI는 2026년 ESS 용 LFP를 양산한 이후 전기차용 LFP를 선보일 계획이다. SK온은 LFP와 미드니켈 배터리를 개발 중으로 현재 고객사와 공급을 논의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EV 볼륨스의 김병주 대표는 "코로나19 시기와 같은 급격한 성장세가 꺾이며, 내년엔 전기차 시장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내년 하반기에 다양한 신차들이 출시되고, 미국과 유럽의 선거 이후 정책과 규제 변화 가능성이 있어 2025년 이후를 더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LFP와 같은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은 한계가 있어, 저가 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을 약 30%까지 보고 있다"며 "LFP와 같은 저가형 제품이 삼원계가 속한 배터리 시장을 모두 차지하긴 어렵다"고 첨언했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