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수백억원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이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재판을 받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강규태 부장판사)는 지난달 23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를 받는 김 회장의 보석 청구를 인용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회삿돈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불법으로 재산을 해외로 유출한 혐의 등을 받는 이화그룹 김영준 회장(왼쪽)과 김성규 총괄사장이 5월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3.05.11 mironj19@newspim.com |
재판부는 김 회장에게 보석 조건으로 출석 및 증거인멸 관련 서약서, 출석 보증서를 제출할 것과 보증금 5000만원(그중 2000만원은 보험증권)을 납부하라고 했다.
이와 함께 ▲주거지 제한 및 변경시 허가 의무 ▲공판 출석 의무 ▲수사 과정에서 진술한 참고인, 증인으로 신청·채택된 사람들, 기타 사건 관련자들과 통화·문자·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으로 연락하거나 직간접적으로 접촉하는 일체의 행위 금지(연락을 수신하게 된 경우 경위와 내용을 법원에 알릴 의무) ▲허가 없는 출국 금지 ▲전자장치 부착(주거제한) 등 지정조건을 준수하라고 했다.
앞서 김 회장은 지난 5월 3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조세범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김 회장은 정식 첫 재판을 앞둔 지난 9월 보석을 청구했으나 한 차례 기각된 후 지난달 14일 다시 보석을 청구했다. 형사소송법상 1심에서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6개월로 김 회장은 구속기간을 대부분 채우고 풀려난 셈이다.
김 회장은 2012년부터 올해까지 그룹 계열사인 칸인베스텍코리아, 이화전기공업, 이트론, 이아이디 등에 가족을 허위 고문으로 등재해 급여 명목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회사 자금을 허위 회계처리하는 방식으로 결혼식 비용, 고급 주택매수·관리비용 등 114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15~2017년 계열사들이 김 회장에게 이화전기 발행 신주인수권증권, 전환사채를 시가보다 저가에 매도하게 해 회사에 187억원의 손해를 끼치고 2018~2021년 계열사들이 김 회장 소유의 주식을 시가보다 고가에 매수하게 하는 등 총 842억원의 배임 혐의도 받고 있다.
김 회장은 2015~2016년 허위공시를 통해 이화전기의 주가를 상승시킨 후 주식을 고가에 장내매도해 74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취득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도 받는다.
김 회장 측은 첫 재판에서 "아들 등 가족의 이익을 위해 재산을 관리해준 사실은 있지만 모두 차명재산은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화전기·이아이디·이트론 등 계열사 3곳은 김 회장의 횡령·배임 등 혐의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지난 5월 12일부터 매매거래가 정지됐고 상장폐지 심의 절차를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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