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저출산 대책을 직접 공개적으로 제시하고 나섰다.
4일 평양에서 진행된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에 참석한 김정은은 연설을 통해 "당(노동당) 및 정권기관, 경제기관들에서는 다자녀 세대들에 살림집 배정, 식량과 상품공급, 의료봉사에서 우선권을 부여하는 것을 비롯한 국가적 혜택들이 정확히 가닿게 하며 특별보조금도 실지 생활에 보탬이 될 수 있게 적용하고 여러 방면에서 우대 조치들을 늘려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일 폐막한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에서 참가자들과 만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2023.12.05 |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출산율 제고를 위한 유인책을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북한도 자녀 출산을 늘리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은은 폐회사를 겸해 준비한 '가정과 사회 앞에 지닌 어머니의 본분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제4차 전국어머니대회(2012년 개최)로부터 이번 대회까지의 기간은 우리 당과 조국의 역사에서 가장 간고하고 준엄하였던 10여년과 일치하고 있다"며 "결코 쉽게는 맞고 보낼 수 없었던 그 날과 달들에는 조국 앞에, 자식들 앞에 언제나 떳떳하기 위하여 고생을 낙으로 삼고 난관을 딛고 넘어온 정의롭고 강직한 어머니들의 군상이 뚜렷이 새겨져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나라 여성들 같으면 며칠도 못 견딜 엄혹한 시련을 수 십 년이나 견뎌내면서 한때의 변심도 없이 당 정책을 지지해주고 아들딸들이 추켜든 신념의 총대를 억척같이 받쳐주었으며 온 나라에 애국운동의 불길을 거세차게 지펴올린 어머니들이 없었다면 우리가 그처럼 마음든든히 국력강화의 길을 멈춤 없이, 줄기차게 걸어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은의 이런 언급은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으로 권력을 세습받은 이듬해부터 핵과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면서 대북제재를 자초하고 경제난을 불러온 자신의 리더십에 대한 주민 불만을 모성에 호소함으로써 누그러트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서울=뉴스핌] 지난해 4월 북한의 대표적인 산부인과 병원인 평양산원에서 세쌍둥이가 의료진의 환송을 받으면서 퇴원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2023.12.05 |
이를 의식한 듯 김정은은 "사람들의 생활에서 제일 필수적인 요구가 식의주인데 우리 당의 새 시대 농촌혁명강령을 실현하기 위한 투쟁은 가까운 앞날에 인민들의 먹는 문제, 식량문제를 완전히 지속적으로 해결하는 동시에 세기적인 낙후성의 대명사로 되어있던 농촌을 현대적으로 개변시키는 역사적인 위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과 정부는 모든 것이 부족하고 힘들 때이지만 해마다 중요부문까지 총동원하여 수많은 농기계들과 영농물자들을 농촌에 보내주고 있으며 올해에는 몇 십년 동안 손을 대지 못하고 있던 전국의 관개시설들을 복구하고 완비하기 위한 대규모의 공사들을 전개하여 농업생산 토대를 닦는 데서 큰 전진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은 "어머니가 공산주의자로 되지 않고서는 아들딸들을 공산주의자로 키울 수 없으며 가정을 혁명화 할 수 없다"며 가정과 어머니의 역할도 당부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어머니대회에서 눈물을 보이는 등 감성정치를 연출했다"며 "하지만 군사 도발 노선에 집중하면서 민생을 팽개친 듯한 모습에 주민들의 실망감은 여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저출산 유도책 제시 등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열악한 경제사정과 인권실태 등으로 볼때 다자녀 출산을 이끌어내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유엔인구기금이 펴낸 '세계인구전망 2022' 보고서에 다르면 북한의 올해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 한 명이 낳는 자녀수의 평균)은 1.79명 수준이다. 세계 최저 수준인 한국(0.7명)보다 훨씬 높은 편이지만 인구 유지를 위한 2.1명에 못 미치는 저출산에 속한다.
북한 인구는 2500만 명 수준으로 한국의 5155만명 의 절반가량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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