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요즘, 물가를 역주행하는 저렴한 상품을 개발하고, 조달하는 이들이 있다. 고물가를 방어하기 위해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물가사냥꾼'을 만나봤다.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필수품은 마진을 적게 보더라도 최대한 가격을 유지하는 게 원칙이다."
◆밀크플레이션에도 최저가 유지해
GS리테일이 운영하는 슈퍼마켓 GS더프레시는 원윳값 상승으로 불거진 밀크플레이션(밀크+인플레이션) 파동 속에서도 자체 브랜드(PB)인 리얼프라이스의 1974우유(900ml) 가격을 2000원 밑으로 유지했다.
2차 파동이 일었던 8월 말 협력사의 마진 문제를 생각해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렸지만, 올린 값(2150원)은 여전히 제조사 상품(NB) 대비 30% 저렴하다. 세균수 1A 등급 흰 우유 중에선 업계 최저 수준이다.
5일 서울 강남구 GS리테일 본사에서 (왼쪽부터) 강병희 GS리테일 MD(상품개발)지원팀 매니저와 김영진 GS리테일 상품개발전략팀 팀장이 뉴스핌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GS리테일] |
5일 서울 강남구 GS리테일 본사에서 만난 김영진 GS리테일 상품개발전략팀 팀장은 "소비자들이 슈퍼에서 가장 많이 사는 상품이 우유, 콩나물, 두부인데 모두 리얼프라이스 상품이 매출 1위를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유통 채널 입장에서 마진을 더 많이 남기기 위해선 PB 상품보단 NB 상품을 파는 게 낫다. 대량 생산이 가능한 NB 상품은 PB 상품보다 마진이 10~20% 정도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GS더프레시는 필수품을 위주로 리얼프라이스 상품 수를 꾸준히 늘렸다. 2017년 35개로 시작해 2022년 195개, 2023년 240개로 늘어났다.
이익이 많이 남지 않음에도 GS더프레시가 리얼프라이스 상품 수를 확대하는 이유는 리얼프라이스가 고물가 속에서 집객력을 높이는 '전략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진 팀장은 "GS더프레시 방문객의 60% 이상은 리얼프라이스를 구매할 정도로 집객에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라며 "리얼프라이스 상품을 사러 왔다 다른 상품까지 담고 가니 객단가 상승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고물가에 오히려 매출 '쑥'
고물가로 PB 상품 인기가 높아지면서 리얼프라이스는 올해 연매출 5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2017년 브랜드 시작 이후 누적 매출이 2000억원인데 올 한해에만 4분의 1 수준의 매출이 발생한 셈이다.
김영진 GS리테일 상품개발전략팀 팀장(왼쪽)과 강병희 GS리테일 MD(상품개발)지원팀 매니저가 리얼프라이스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사진=GS리테일] |
강병희 GS리테일 MD(상품개발)지원팀 매니저는 "예전엔 비싸도 잘 알려진 제조사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엔 PB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라며 "유명 제조사와 같은 곳에서 수입한 옥수수 통조림을 리얼프라이스 상품으로 25%가량 저렴한 가격에 내놓자 단기간에 매출 1억원을 돌파했다"고 말했다.
GS더프레시는 수입 상품 발굴을 통해 상품 수를 500종 이상으로 확대하고, 편의점 GS25로 유통 채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원재료 구입 경로를 확대하고, 유통 채널을 늘려 더 경쟁력있는 가격을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김영진 팀장은 "우유나 두부 같은 장바구니 단골 품목 외에도 소비자들이 어떤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하고 싶은지 고민하고 있다"라며 "내년부터는 수입 과자나 냉동 간식 등으로 상품을 확대해 볼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전에는 저렴하기만 하면 됐는데, 요즘은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져 저렴하면서도 좋은 품질의 상품을 찾으려고 한다"라며 "지금처럼 중소 제조사와 협력하며 좋은 품질의 상품을 싼 값에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