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지역 대표 소주 업체들이 수도권 시장 견제에 나섰다. 코로나19 이후 매출 침체기에 진입한데다 진로·새로 등 제로슈거를 앞세운 전국구 소주의 공세로 부침을 겪자 활로찾기에 나선 것이다. 진로·새로 공세에 텃밭 지키기에 집중하는가 하면 내친김에 수도권 진출을 본격 선언하는 등 생존 경쟁에 나선 모습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대전·충남지역 소주업체인 맥키스컴퍼니가 지난달 서울 성수동에 오픈한 소주 '선양' 팝업스토어에는 지난 15일 동안 1만5000여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선양은 맥키스컴퍼니가 지난 3월 출시한 제로슈거 소주다. 최근 아이돌그룹 (여자)아이들 멤버 미연을 모델로 영입해 전국구 광고도 진행하는 등 수도권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광주·전남 기반업체인 보해양조도 보해소주를 중심으로 수도권 재공략에 나서고 있다. 제로슈거 소주인 보해소주는 당이나 인공감미료 대신 소금을 활용해 맛을 낸 점이 특화 포인트다. 현재 수도권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 해당 제품을 입점, 향후 유흥용 시장에도 제품 공급을 높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서울 시내의 한 주점에 주류박스가 놓여 있는 모습. [사진=뉴스핌DB] |
지역소주 업체들이 수도권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지역 장사만으로는 성장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갈수록 수도권으로 인구가 몰리면서 지역 인구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소주 판매가 급감한 상황에서 새로·진로 등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칠성음료 등 대형업체의 제로슈거 제품의 지역 상권 진출이 가속화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이들 업체들의 수도권 시장 도전이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간 지역 소주업체들이 수도권 시장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텃밭인 지역 점유율은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등 대형업체들에 뺏기는 결과를 얻기도 했다. 부산·경남 기반의 소주업체 무학은 2015년경 '좋은데이'로 수도권 시장을 적극 공략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2015년 657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던 무학은 2018년 적자로 돌아섰고 2019년에는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타격을 입었고 한때 부산지역 시장점유율 80%를 기록하던 '좋은데이' 점유율도 20% 안팎으로 내려앉았다.
보해양조도 90년대부터 꾸준히 수도권 공략 도전했다. 특히 대표제품 '잎새주' 앞세워 인지도를 확대했지만 2018년 적자규모가 200억대로 증가하는 등 지속 적자에 시달렸다. 또 90%에 달했던 광주·전남지역의 소주 시장 점유율도 30%대까지 하락했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의 벽을 넘지 못한 셈이다.
실제 지역소주 업체들의 입지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좋은데이, 맛있는참, 오투린(이제우린), 대선, 잎새주, 시원 등 주요 6개 지역 소주 브랜드의 합산 월 매출액은 29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 단일브랜드의 월 매출 300억원에 못 미치는 기록이다.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매출액인 1771억원과 비교하면 5배 이상 차이가 벌어지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도권 유흥시장의 경우 주류업체간 경쟁이 유독 치열하다"며 "막대한 인력과 마케팅 비용을 투입하는 주요업체에 맞서서 영세한 지역소주 업체들이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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