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등록 : 2023-12-08 06:30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소상공인은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 은행은 갑질을 많이 한다. 은행의 독과점 행태는 정부가 방치해선 절대 안 된다"
한 달여 전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권을 향해 작심 비판을 쏟아내자 당혹스러운 건 은행들 뿐 아니라 금융당국도 마찬가지였다.
윤 대통령의 작심 발언 후 어떤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솔직히 아직 준비된 게 없다"고 했다. 지난 2월 윤 대통령의 '은행 돈잔치' 발언처럼 이번 '종노릇 발언' 역시 당국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통상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특정 사안에 문제제기를 하거나 큰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며칠 간격으로 해당 부처에서 후속 대책이 잇따른다. 대통령실이 사전에 정부부처와 정책 협의와 조율을 한 후 대통령의 발언이 공개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떄문이다. '부동산 대책'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은행 '종노릇 발언' 상황 역시 공매도 금지와 마찬가지로 금융당국과 사전 조율과정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20여 일이 거의 지나서야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회장단과 회동을 갖고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이자 비용을 낮춰주는 등 '상생금융 시즌2'의 기본적인 방향을 정했다. 그 사이 '횡재세 도입' 논란까지 불러일으키며 은행권의 상생금융 지원 규모는 2조원 수준이 거론되고 있다.
은행권은 아직 구체적인 지원 대상과 지원 방식을 놓고 한 달 넘게 논의를 진행중이다. 또 '종노릇 발언'으로 촉발된 금융권의 상생금융 시즌2 논의는 이제 은행을 넘어 보험, 카드사 등 제2금융권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금융당국 수장을 만난 손보업계는 자동차 보험료를 2~3%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카드사도 상생금융 해답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관치·포퓰리즘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갑작스런 대통령의 발언에 당혹스런 금융당국과 전 금융권이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부자연스럽다. 상생금융의 취지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정책의 예측가능성은 사라지고 금융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현실은 우려스럽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