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학교폭력이 최근 10년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결과가 나온 뒤 학교폭력 발생 뒤 처벌에 집중하는 정부 대책 보다 예방교육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교육부는 전북을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에서 실시한 '2023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학교폭력을 경험했다는 초·중·고교생 비율이 최근 10년새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실태조사는 초 4~고3 재학생 384만명 중 82.6%(317만명)가 참여했다. 조사 내용은 지난 2022년 2학기 이후 학교폭력 피해·가해·목격 경험 등이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문수 전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 이정훈 전 하나고 특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지난 6월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차기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설이 있는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 아들의 학교폭력 의혹 사건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핌 DB] |
조사 결과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했다'는 비율은 전체의 1.9%(5만9000명)로 나타나 2013년(2.2%)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2021년과 2022년 피해 응답률은 각각 1.1%, 1.7% 였다.
피해유형 중 언어폭력·사이버폭력은 감소했지만, 신체폭력·성폭력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조사 결과 올해 언어폭력은 37.1%(전년 37.1%), 사이버폭력은 9.6%(6.9%)로 지난해 대비 각각 4.7%p, 2.7%p 줄었다.
반면 신체폭력과 성폭력 피해 응답률은 매해 증가하고 있다. 올해 신체폭력은 17.3%(전년 14.6%), 성폭력 5.2%(4.3%)로 지난해 대비 각각 2.7%p, 0.9%p 증가했다. 신체폭력은 2020년 7.9%였고, 같은 해 성폭력은 3.7%였다. 3년 만에 신체폭력 비율은 2배 넘게 뛰었고, 성폭력 비율도 약 1.5배 이상을 올랐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은 "최근 3년간 신체폭력과 성폭력이 계속 증가하는 것에 주목하고 맞춤형 대책 마련과 예방교육 강화에 나서야 한다"며 이 같은 현상을 지적했다.
또 "물리적 폭력은 피해학생에게 되돌릴 수 없는 상처와 트라우마를 남긴다"며 "그동안 언어폭력, 사이버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높인 반면 신체폭력 등에 대한 문제의식과 대응이 약화된 것은 아닌지 재점검해봐야 한다"고 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7일 학교 폭력 전담 조사관제 정책 내년 3월 도입, 10월 24일 '학교폭력예방법' 일부 개정을 통한 학교장의 가해자 조치 신속 이행 제도 마련, 4월 12일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시행으로 피해학생 분리 및 가해자 징계 사안 대입 의무 반영조치를 도입하며 학교폭력 근절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들 제도가 학교폭력 발생 후 조사와 처벌에 집중돼 있어 근본적인 학교폭력 예방 조치로는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중등학교에서 학년부장을 맡아왔던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학교폭력이 증가하는 건 당연한 결과로 예방 노력이 가장 부족했다"며 "형식적으로 동영상을 보여주거나 가정통신문을 보내는 식의 예방교육이 아닌 종합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도 "조사와 처벌 등 사법적 접근법만으로 평화로운 학교를 만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며 "학교폭력 사안을 처리할 때는 교육적 해결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사법적 처벌보다는 교육적 해결의 범위를 늘려가야 한다"고 했다.
한 대표는 "내부에서도 학교폭력 예방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현장에서 터지는 문제들을 수습하기에도 벅찬 상황"이라며 "교육부와 교육청이 관련 인력 지원과 구체적인 프로그램 마련 등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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