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2021년 더불어민주당 돈봉투 살포·수수 사건'의 최대 수혜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구속됐다. 송 전 대표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큰 수사 동력을 얻으면서 현역 수수자 의원 등 남은 사건에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8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30분께까지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송 전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자정께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당대표 경선과 관련한 금품수수에 일정 부분 관여한 점이 소명되는 등 사안이 중하다"며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또 유 부장판사는 "인적·물적 증거에 관해 수사과정에서 확인된 송 전 대표의 행위 및 제반 정황에 비춰 증거인멸의 염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유 부장판사는 이번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과 송 전 대표의 전직 보좌관 박용수 씨에 대한 구속 영장도 발부한 바 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사건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18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2023.12.18 leemario@newspim.com |
송 전 대표는 2021년 3~4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시 당대표 후보였던 본인의 캠프에서 국회의원 교부용 돈봉투 20개 등 6000만원, 지역본부장 등의 활동비 명목으로 650만원 등 총 6650만원이 뿌려지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또 그는 사업가 김모 씨로부터 5000만원 등 총 6000만원의 '부외 선거자금'을 수수하고, 2020년 1월~2021년 12월 외곽 후원조직인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를 통해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중 4000만원이 소각처리시설 관련 청탁 대가로 받은 뇌물이라고 보고 있다.
송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심사에 들어가기 전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와 관련해 "제가 받은 게 아니고 먹사연의 공식적 후원 계좌로 들어온 금액이 공식적으로 투명하게 보고된 사안"이라며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이미 다 가져간 자료들로 돈봉투 혐의가 입증이 안 되니까 별건으로 수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먹사연이 송 전 대표 정치 활동의 외곽 후원조직으로 이용됐다고 보는 입장이며, 이날 영장심사에서도 이에 대해 검찰과 송 전 대표 측의 날카로운 공방이 펼쳐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송 전 대표 혐의의 중대성과 함께 증거인멸 염려 등을 이유로 구속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송 전 대표가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폐기하고 사건 관계자와 접촉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었는데, 유 부장판사 또한 이 부분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검찰은 20일간 송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수사를 진행한 뒤 그를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돈봉투 사건 '공여' 부분의 최종 윗선으로 지목된 송 전 대표가 재판에 넘겨지면 검찰은 관련 부분 수사를 일단락하고, 돈봉투 사건 수사의 동력과 정당성을 얻은 만큼 '수수' 부분 수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검찰은 앞서 윤관석 무소속 의원(전 민주당) 재판에서 송 전 대표 지지 모임에 참석한 21명의 현역 의원 이름을 공개했다.
검찰은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린 윤 의원과 이성만 무소속 의원(전 민주당)은 기소했으며, 임종성·허종식 두 민주당 의원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다만 임 의원과 허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이 단행된 지난달 2일 이후 추가 강제수사는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최근 정치권이 본격적으로 '총선 모드'에 들어간 만큼 검찰 수사가 지연될 경우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총선을 준비하는 의원들이 검찰의 압수수색이나 소환조사를 받을 경우 '도덕성'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법조계 안팎에선 검찰이 정치 개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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