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전문가의 글을 일부 변경해 자신의 글인 것처럼 무단으로 게시한 행위는 저작자의 저작인격권 침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기계항공공학 박사이자 모 회사 기술연구소 소장이던 B씨는 2011~2014년 음악, 미술, 역사, 문학, 공학 등 여러 분야의 주제에 대해 자신의 식견과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해석을 덧붙여 페이스북에 수필 형식의 게시글을 올리고 저널에 글을 연재했다.
B씨와 페이스북 친구를 맺고 있던 A씨는 2015년 5월경부터 2018년 10월경까지 총 47회에 걸쳐 무단으로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B씨의 페이스북 게시글과 저널 연재글을 자신의 저작물인 것처럼 게시하거나 임의로 내용을 더해 올려 저작권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1심은 저작재산권 침해로 인한 저작권법 위반 및 저작자 허위표시 공표로 인한 저작권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피고인의 행위가 저작인격권 침해를 넘어서 저작자인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저작인격권 침해로 인한 저작권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피고인의 저작인격권 침해행위로 인해 저작자인 피해자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인정된다"며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인정, A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이같은 항소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저작자인 피해자는 전문지식 등을 바탕으로 페이스북이나 저널의 전문가 연재란에 다수의 글을 게재하면서 자신의 학식 등 인격적 가치에 대한 긍정적인 평판을 누리고 있었다"며 "피해자가 페이스북 계정을 닫는 등 게시를 중단하자 피고인이 이러한 기회에 자신도 다양한 주제에 대한 상당한 식견이 있는 사람처럼 행세하고자 저작인격권 침해행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이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해 게시한 피해자의 저작물로 인해 그 저작자를 피해자로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피고인의 게시글에 나타난 피고인의 주관이나 오류가 원래부터 피해자 저작물에 존재했던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저작자인 피해자의 전문성이나 식견 등에 대한 신망이 저하될 위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피해자의 저작인격권인 성명표시권과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해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위험이 있는 상태를 야기했고 저작자인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저작인격권 침해로 인한 저작권법 위반죄는 저작인격권 또는 실연자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인해 이들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위험이 있으면 성립하고,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위험이 있는지는 객관적인 제반 사정에 비춰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한 첫 대법원 판결"이라고 밝혔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