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매달 마지막 주 평일, 서울시 마포구 홍대입구역 근처에 위치한 SK텔레콤 T팩토리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린다. 배우와 영화를 사랑하는 찐팬 관객들이 한 데 모이는 '필모톡'이다. 21일 T팩토리를 찾은 특별 게스트는 배우 정우성이었다. 영하 14도의 추운 날씨에도 100여명의 관객이 뿜어내는 열기는 뜨거웠다.
배우 정우성이 21일 저녁 홍대에 위치한 T팩토리서 SK브로드밴드의 필모톡 행사에 참여해 영화 비하인드 스토리를 나누고 있다. [사진=SK브로드밴드] |
필모톡은 스크린 밖 배우의 이야기, 영화 감독, 무술 감독 등 배우의 주변인이 푸는 '썰'을 토대로 관객들과 소통하는 SK브로드밴드의 토크콘서트다. 현재까지 필모톡을 신청한 누적 관객은 1만명을 바라보고 있다. 이번 게스트인 정우성이 출연한 '서울의 봄'도 1000만 관객을 목전에 둔 시점이라 더욱 의미가 깊은 행사였다.
◆수어통역사 함께 하는 배리어프리 토크콘서트
필모톡을 찾은 수많은 관객들은 영화, 배우 찐팬부터 배우 지망생, 배우와 함께 했던 작가 등 다양한 특색을 갖고 있다. 김지현 SK브로드밴드 플랫폼 기획팀 매니저는 "필모톡은 모두 다른 조건의 사람들이지만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같은 환경에서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SK브로드밴드의 메시지와도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필모톡의 맨 앞줄에는 항상 수어 통역사가 앉아있다. 장애 구분없이 누구나 참여해 즐길 수 있도록 실시간 통역을 진행한다.
현장에선 농아인 관객을 위한 수어 통역사가 항상 함께 한다. 수어 통역사는 한국농아인협회에서 매달 파견된다. [사진=SK브로드밴드] |
현장을 찾는 농아인 관객들은 매회 6~10% 정도다. 이날도 7명의 농아인 관객이 참석했다. 맨 앞자리에선 수어 통역사가 농아인 관객을 위해서 실시간 수어 통역을 진행했다. 현장에서 박수가 터질 때마다 두 손을 반짝반짝 흔드는 수어로 고요한 박수도 이어졌다.
이날 행사에선 비트, 태양은 없다, 좋은놈나쁜놈이상한놈, 호우시절, 신의 한 수, 아수라, 더킹, 증인, 강철비, 서울의 봄 등 정우성 출연 영화의 장면 공개와 코멘터리가 이어졌다. 정우성은 최근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청각장애인 화가 차진우 역할로 분하며 수어 연기를 선보였다.
정우성은 "이 영화는 13년 전에 인연을 맺었는데 청각장애인 주인공의 등장이 여러모로 어려운 조건이었던 것 같다. 주인공의 말문을 트이게 하자는 의견도 있어서 그때는 '아직 이 작품을 할 준비가 안됐구나'하고 접었었다"고 설명했다. 13년이 지나면서 자막 기술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장애인이 주인공인 작품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도 이루어진 덕분에 드라마가 다시 빛을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SK브로드밴드의 필모톡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플랫폼 기획팀원들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희진 플랫폼기획팀 매니저, 김지현 매니저. [사진=SK브로드밴드] |
◆필모톡 출연 배우 영화 가치봄 콘텐츠로 재탄생…배우 만족도도 높아
필모톡 행사에 참여한 배우의 주요 작품은 B tv 내 '가치봄' 콘텐츠로 편성된다. '가치봄'은 제작사 로고, 효과음, 배우의 행동 지문까지 자막으로 제공해 모든 시청자의 접근성을 확보하는 서비스다. 정우성 출연 영화는 보호자, 강철비2,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아수라, 증인 등 10개가 가치봄 서비스로 공개된다. 콘텐츠 매출의 일부는 한국농아인협회에 기부된다.
한국농아인협회가 한국영화진흥위원회 후원을 받아 매월 2~3편을 제작하는데 필모톡 행사를 진행하며 콘텐츠를 새로 제작하기도 한다. 배우 한지민의 '미쓰백'은 필모톡 행사를 통해 가치봄 콘텐츠로 재탄생한 사례다.
김 매니저는 "자막 제작에 시간이나 비용이 많이 소요돼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SK텔레콤과 기술 협업을 통해 자막을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지원하는 방식을 테스트 중"이라며 "올해 베타테스트를 진행하고 기술 고도화가 진행되면 내년 정도엔 외부 서비스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필모톡은 관객뿐 아니라 이같은 취지에 공감한 배우의 만족도도 높다. 배우 한지민은 필모톡 출연 이후 같은 소속사인 배우 한효주에게 행사 출연을 추천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방송 이후 B tv 내 해당 배우의 시청자 수가 증가하는 효과도 있다.
한효주가 출연한 '뷰티인사이드' 등 영화 20여개는 필모톡 출연 이후 시청자 수가 2배 가량 증가했다. 행사 이후에는 배우가 직접 수어를 가르쳐주는 콘텐츠를 배포하기도 한다. 배우 한지민이 촬영한 기초 수어 영상은 인스타그램 숏폼 영상 플랫폼 릴스에서 13만뷰를 기록했다.
T팩토리 현장을 가득 채운 100여명의 관객들. [사진=조수빈 기자] |
SK브로드밴드는 필모톡 행사가 관객과 배우에게 모두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를 '찐팬 전략'에서 찾았다. 행사는 찐팬 100명을 추려 진행해 배우와 관객이 가깝게 호흡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배우와 물리적 거리도 가깝고 심리적 거리도 가깝게, 필모톡이 지향하는 찐팬 전략이다. 덕분에 필모톡은 올 3월 시작 이후 해를 넘기기 전에 1만명에 가까운 신청자를 보유할 수 있는 인기 콘서트가 됐다.
행사에 참여한 방은지 씨는 배우 지망생이면서 B tv 가입자다. 방 씨는 "배우 한효주 행사에 이어 필모톡 참여는 이번이 두 번째다. 다른 시사회와는 달리 감독, 동료 배우들이 전하는 비하인드 스토리나, 배우에게 직접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가까운 자리라는 점에서 좀 더 관객 친화적인 행사라고 느껴진다"고 소감을 전했다.
SK브로드밴드가 필모톡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하나다. 누구나 장벽없이 미디어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한희진 매니저는 "고객이라면 어떠한 조건 하에서도 콘텐츠를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며 "콘텐츠를 시청하는 측면에서의 장벽을 없앤 배리어프리 미디어 제작 확대에 기여한다면 향후 제작 환경 개선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마지막까지 뜨거운 열기 속에 정우성 배우의 수어로 마무리됐다. "오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어로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배우 정우성. [사진=조수빈 기자] |
박수를 뜻하는 수어를 하고 있는 배우 정우성. [사진=SK브로드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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