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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앤컴퍼니 조현식 등 삼남매, 왜 승산없는 싸움 나섰나

기사등록 : 2023-12-2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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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매수 후에도 경영 관여, 사법 리스크 따라 재도전
삼남매 경영권 포기, 지분 현금화 의도 예측도
형제 갈등에 기업 이미지 손상, 향후에도 분쟁 소지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MBK파트너스의 한국앤컴퍼니 주식 공개 매수가 끝났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 측의 지분 확보가 압도적이어서 사실상 지분싸움은 마무리된 것이란 관측이다. 그럼 왜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조희원 씨 삼남매와 MBK파트너스는 승산없는 싸움에 나섰던 것일까.

한국앤컴퍼니의 2차 형제 갈등이 사실상 종료됐다. [사진=한국타이어 제공]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조현범 회장 측은 본인 42.03%, 조양래 명예회장 4.41%, 효성첨단소재 0.72%를 더해 총 47.18%를 확보한 상태다. 의결권 없는 자사주 0.23%를 뺀 나머지의 절반인 49.89%를 확보하면 경영권 분쟁은 마무리되는 가운데 이에 근접한 상황이다. 1%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hy도 중립을 선언했지만 조현범 회장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된다.

조 명예회장과 효성첨단소재는 연일 장내에서 지분을 사들였다. 사실상 아버지와 사촌 등 집안의 지원을 얻은 조현범 회장은 본인 명의의 주식 매수 없이도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할 전망이다. 한국앤컴퍼니 측도 사실상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조현범 회장도 지난 21일 기자들에게 "27일 공식 발표할 텐데 시장은 이미 다 알고 있다"고 경영권 방어를 자신했다.

주식 공개 매수에 나선 MBK파트너스와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조희원 씨는 당초부터 승산이 적은 싸움을 벌였다. 이는 3년 전 형제 갈등과 비슷한 상황으로 같은 결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지분싸움의 끝이 갈등의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MBK파트너스와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 조희경 한국나눔재단 이사장, 조희원 씨는 주식 공개 매수가 끝난 이후에도 한국앤컴퍼니의 경영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을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왼쪽부터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 [사진=뉴스핌 DB]

조현범 회장의 반대 측에 선 삼남매는 지난 22일 공개 입장문에서 "한국앤컴퍼니의 기업지배구조는 위기 상황"이라며 "보석으로 풀려나서 재판을 받는다고 해서 대주주인 조현범의 사법리스크가 없어진 것이 아니다"라고 사법 리스크를 적극 부각했다.

삼남매는 "기업지배구조를 바로 세우고, 전문경영진 체제를 확립해서 한국앤컴퍼니의 기업가치, 주주가치를 개선하고자 한다는 MBK 파트너스를 지지하고 지원한다"라고 강조했다.

MBK파트너스 역시 공식 입장문을 통해 "상장폐지나 인수합병과 같은 일반적인 목적보다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국내 자본시장에서 처음으로 공개매수가 시도됐다는 점은 자본시장의 외연을 더욱 넓힌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MBK파트너스와 삼남매가 이번 주식 공개 매수 이후에도 주주총회를 통해 조현범 회장의 경영에 문제 제기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식 공개 매수에 실패해도 30%의 지분을 보유한 이들은 감사 선임과 주식총회 안건 상정 등을 통해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조현범 회장이 200억원 대의 횡령 및 배임혐의에 대해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여전히 재판을 받고 있는 등 사법 리스크가 계속되고 있어 이들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가치 제고를 매개로 향후 추가로 경영권에 도전할 명분을 얻을 수 있다. 

국민연금공단 등 주요주주들과 소액주주들이 조 회장의 사법리스크를 이유로 MBK파트너스와 조 고문 측을 지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CI. [사진=MBK]

다만 이 경우에도 경영권은 삼남매가 아닌 MBK파트너스에 있다.

이 때문에 한 업계 관계자는 "삼남매가 자체 경영권 획득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MBK파트너스와 함께 자신의 지분을 경영권과 관련된 지분화하려는 해석이 더 타당성이 있다"라며 "장내 처분이 쉽지 않은 자신의 지분을 더 높은 가격으로 현금화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재벌가 자제들은 자녀들을 건물주로 만드는 것을 부끄러운 일로 여긴다. 사업을 통해 많은 이윤을 창출하고 이를 토대로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는 것이 그들의 가치"라며 "이들 삼남매 역시 자녀들에게 사업체를 남겨주려고 할 것인데 이에는 많은 현금이 필요하다"라고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다. 

한편 제2차 형제 갈등으로 한국앤컴퍼니는 적지 않은 이미지 손상을 입었다. 가족 갈등의 과정에서 이들은 조현범 회장을 "회사 가치를 훼손한 경영자이자 문제 있는 오너가의 일원"이라고 하는 등 맹비난했다.

법적 공방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2020년 6월 초 조 명예회장이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량을 조현범 회장에게 매각한 직후 조 고문과 조 이사장은 그동안의 조 명예회장의 신념과 너무 다른 결정이라며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내린 결정인지 객관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성년후견 심판을 제기한 바 있다.

2022년 4월 1심에서 성년후견 심판은 기각됐지만, 조 이사장은 정신감정 없는 결정은 객관적인 판단이 아니라며 항고를 제기해 내달 11일 성년후견 심문기일이 진행될 예정이다. MBK파트너스의 주식 공개 매수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지만, 형제 갈등의 재발 소지가 여전해 한국앤컴퍼니가 또 상처 입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dedanh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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