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미국 기준금리가 낮아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대출금리 인하 기대감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채권금리 하락 영향으로 예금금리는 이미 4%가 속속 무너지고 있다. 당장 대출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영끌족'의 목소리가 적지 않지만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를 여전히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어 본격적인 인하 시점은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이다.
26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국내 19개 은행 1년만기 정기예금 상품 중 최고금리가 4%를 넘어서는 상품은 11개로 나타났다. 이는 전월대비 불과 한달만에 4개나 감소한 규모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사진은 서울 시중 은행의 대출 창구 모습. 2022.03.25 pangbin@newspim.com |
한때 4% 중후반까지 치솟았던 5대 은행 예금금리 역시 3% 중후반으로 크게 떨어졌다. 지난달만 해도 4% 상품이 4개 정도 판매됐지만 이제는 단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올해 중순만해도 5% 상품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던 예금금리가 빠르게 떨어진 건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며 국채 금리 등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인하에 부정적이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내년말까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p) 인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미 증시가 연일 상승하는 등 시장의 반응이 뜨겁다.
국내에서도 채권전문가 10명 중 6명이 다음달 시장금리 인하를 전망하는 등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내년 1월 11일로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향한 시선이 뜨겁다.
다만 이같은 예금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대출금리 인하 시점은 1분기 이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가계대출규모가 여전히 위험한 수준이라는 이유로 금융당국이 보수적인 접근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잇단 압박에도 지난 7월과 8월 각각 5조2000억원과 6조1000억원 급증한 가계대출은 9월 2조4000억원으로 안정세를 찾나 싶었지만 한달만인 10월 다시 6조2000억원 증가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11월에는 2조6000억원으로 크게 감소했지만 주담대가 5조6000억원 늘어나는 등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다.
여기에 총선을 앞둔 정부가 내년도 다양한 정책금융을 선보인다는 점도 불안요인이다.
실제로 11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는 다수의 금통위원이 내년에 시행되는 정책금융이 가계대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바 있다. 내년부터 도입되는 정책금융은 27조원 규모의 '신생아 특례대출'과 20조~30조원 투입이 예상되는 '청년주택드림 청약통장' 등 2건이다.
시장 역시 올해 50년 만기 특례보금자리론 도입으로 인해 가계부채,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급격히 상승했다는 점에서 이같은 당국의 우려에 공감을 표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금리가 내려가면 집값이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대출금리 인하 신중론에 힘을 더하는 요인이다.
금융당국 역시 대출금리 인하에 앞서 '스트레스 DSR'등 대출규모를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을 우선 검토중이다. 스트레스 DSR 제도는 변동금리 대출 DSR 산정 시 향후 금리 상승 가능성을 감안하는 방식으로 대출 총액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이번주 구체적인 방안과 적용시점이 공개될 예정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을 엄격히 관리하라는 정부 시그널을 여전하다. 특히 스트레스 DSR 등 대출규모 자체를 규제하는 방안이 도입되면 파장은 상당할 것"이라며 "미 기준금리 인하가 확정되고 각종 정부정책이 본격화되는 내년 1분기 이후에야 대출금리 인하 시점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