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지난해 8월 수도권 일대 집중호우로 서울 강남역 인근 맨홀에 빠져 사망한 40대 남매의 유족에게 서초구가 16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3부(허준서 부장판사)는 숨진 A씨 남매의 배우자와 자녀 등 유족 4명이 서초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총 16억47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수도권 일대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2022년 8월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에 침수된 차량들이 남겨져 있다. 2022.08.09 hwang@newspim.com |
A씨 남매는 지난해 8월 8일 오후 차량을 몰고 서초구 강남역 인근 도로를 지나던 중 폭우로 시동이 꺼지자 바깥으로 대피했다. 이들은 비가 잦아들자 물에 잠긴 도로를 건너다 뚜껑이 열린 맨홀에 빠져 실종됐고 결국 숨진 채로 발견됐다.
당시 강남역 일대에는 시간당 100mm 이상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큰 인명과 재산 피해가 잇따라 발생했다.
A씨 남매의 유족들은 맨홀 관리 부실의 책임을 물어 지난 2월 도로 관리청인 서초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당시 맨홀이 열린 채 방치돼 있었던 것에 대해 설치·관리상의 하자가 있었다며 서초구가 유족들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강남역 일대는 낮은 지대와 항아리 지형으로 집중호우 때마다 침수 피해가 발생했고 강남역 일대 도로에 설치된 맨홀은 폭우가 쏟아질 경우 하수도에서 빗물이 역류해 뚜껑이 열릴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초구는 원칙적으로 맨홀 뚜껑이 항상 닫혀 있도록 관리해 차량 등의 통행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초구 측은 천재지변으로 인한 사고를 예측하거나 회피할 수 없었다며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지난 2011년 집중호우 때도 강남역 일대 맨홀 뚜껑이 열렸던 점 등을 고려하면 이번 사고가 천재지변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다만 당시 엄청난 양의 폭우가 쏟아졌던 점, 폭우로 이미 맨홀 뚜껑이 이탈한 상황에서 서초구가 즉시 현장에 출동해 조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던 점, 남매가 차량에서 대피하는 등 폭우의 심각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서초구 측의 책임을 80%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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