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법원이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한정석 부장판사)는 21일 하모 씨 등 2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각 원고에게 수용기간 1년당 8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선고 전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돼 고통받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신 원고들에게 재판부로서 위로의 말씀을 먼저 드린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사진=뉴스핌DB] |
이어 "국가는 '부랑인 신고, 단속, 수용, 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지침'이라는 내무부 훈령으로 원고들을 단속하고 강제수용했다"며 "해당 훈령은 법률유보 원칙,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 원칙, 적법절차 원칙,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한 위헌·위법적 훈령이라고 판단했고 이에 따라 원고들이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된 부분도 위법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고들은 형제복지원에 수용돼 신체의 자유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침해당했고 피고는 원고들에게 그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국가 측은 소멸시효가 완성돼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 사건은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에 해당하고 해당 법리에 따르면 장기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강제수용으로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상당수가 강제수용 당시 어린 아동이었던 점 ▲공권력의 적극적 개입 또는 묵인 하에 장기간 이뤄진 중대한 인권침해 사안으로 위법성이 중대하고 억제·예방 필요성이 큰 점 ▲약 35년 이상 장기간 배상이 지연된 점 ▲피고의 관리·감독 소홀과 시간의 경과 등으로 객관적 증거가 소실된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에 대한 명예회복이 장기간 이뤄지지 않았고 현재까지 어떠한 피해회복도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위자료 산정의 근거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경찰 등이 지난 1975년부터 1986년까지 부랑인으로 지목된 사람들을 민간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해 강제노역, 폭행, 가혹행위 등 온갖 인권침해 행위를 겪게 한 사건이다. 당시 총 3만8000명이 입소했으며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 수는 657명이다.
하씨 등 피해자들은 2021년 12월 국가를 상대로 총 203여억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이들의 수용기간에 따라 1인당 8000만원에서 최대 11억2000만원까지 인정하며 청구액 중 합계 145억8000만원을 인용했다.
이번 판결은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 중 처음 나온 법원 판단으로 다른 피해자들이 낸 소송은 내달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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