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국제강 대표이사가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원청업체 대표에게 실형 판결이 확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28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국제강 대표 A씨에게 징역 1년, 한국제강 법인에 벌금 1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지난해 3월 16일 경남 함안 소재 한국제강 야외작업장에서 보수 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소속 60대 근로자가 1.2t 무게의 방열판에 다리가 깔려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안전·보건 조치 및 확보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A씨와 한국제강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및 중대재해처벌법상 산업재해치사 혐의로 기소하고 A씨에게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도 적용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건설업의 경우 공사 금액 50억원 이상)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형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한 법으로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됐다.
1심은 지난 4월 A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그러면서 "한국제강에서 그동안 산업재해가 빈번히 발생했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안전책임을 다하지 않아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며 "근로자 등 노동 종사자의 안전권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것으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양벌규정으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한국제강에는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경제적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며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이에 A씨와 한국제강 측, 검찰이 모두 항소했으나 항소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약 10개월 만에 2명의 근로자가 같은 사업장 내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피고인들이 이 사건 사고 이후 '협력업체 안전관리지침서'를 작성하고 있고 외부 전문기관으로부터 위험성평가 컨설팅을 받고 개선조치를 완료했다는 등 추가로 주장하는 사정들을 유리하게 참작하더라도 1심의 양형이 과중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후 A씨와 한국제강 측은 상고를 포기했으나 검찰이 상고하면서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그러나 대법원도 이날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에는 근로자 사망과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와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기소된 경우 그 업무상 주의의무가 일치해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었다.
반면 법 시행 이후에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죄와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 업무상과실치사죄의 죄수 관계에 대한 대법원 선례가 없어 이번 사건에서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의 목적, 보호법익, 행위태양 등에 비춰 보면 각 죄는 상호간 사회 관념상 1개의 행위가 수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형법 제40조의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며 "양 죄의 죄수 관계에 대해 최초로 법리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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