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태영건설이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한 가운데 9000억원대의 돈이 물려있는 증권업계도 대응책을 고심하는 분위기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진행 상황에 따라 증권사들의 대출손실, 순익감소 등의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증권업계의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신용보강 5647억원, 책임준공 및 단순시공 3582억원 등 총 9229억원이다. NICE신용평가는 전날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제2금융권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이란 제목의 스페셜리포트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예리 NICE신용평 선임연구원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이 제2금융권 전반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태영건설 시행 부동산개발 사업장 익스포저가 큰 회사를 중심으로 충당금 적립 부담 증가와 건전성 저하, 수익성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증권은 9월 말 기준 태영건설에 412억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하나증권 300억원, 한양증권 100억원, 현대차증권 28억원, 미래에셋증권 23억원 등의 단기차입금을 각각 대출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발표 이후 증권사들은 내부적으로 현재 기준 대출 잔액을 파악하고 회수 방법, 대응방안 모색 등에 분주하다.
한양증권은 알려진 단기차입금 100억원에 대해 현재 잔액이 없다고 밝혔다. 한양증권 관계자는 "올해 7월 말 태영건설 기업어음(CP) 100억원을 인수한 바 있지만 당일 저축은행에 즉시 매각했다"며 "현재 태영건설과 관련 보유하고 있는 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하나증권의 300억원은 지난 9월 태영건설이 여의도의 본사 사옥을 담보로 하나증권과 KB증권에서 대출한 1900억원의 잔액이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태영건설 본사 사옥이 담보로 잡혀있는 건"이라고 설명했다. 본사 사옥의 시가는 2500억원으로 알려졌다.
이와 유사하게 한국투자증권은 태영건설과 내년 3월 만기 도래하는 2800억원 규모의 금융조달상품 협약을 맺고 있다. 이 펀드는 태영건설의 PF차입금 및 유동화 증권의 원활한 차환을 위해 태영건설이 800억원, 한국투자증권이 2000억원을 투입해 올해 3월 만들었는데 한국투자증권이 태영건설 소유의 루나엑스CC골프장을 담보로 잡아뒀다.
증권사들은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실행한 경우 담보가액 안에서 대출이 이뤄진 만 원리금 회수에는 당장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워크아웃 절차가 진행될 경우 이들은 선순위인 만큼 우선 변제권을 요청할 계획이다.
SK증권은 태영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하는 강릉엘앤디 PF 대출에 발행 주관사로 참여해 사모사채 인수 확약으로 신용을 보강했다. 다만 해당 사업의 총 한도는 1400억원이지만 현재 사업 시행 초기 단계로 이중 200억원 가량의 대출 만이 실행됐으며 그중 SK증권이 신용보강을 제공한 규모는 100억원이다.
이런 가운데 KB증권은 다른 증권사들과는 달리 대출 건에 대해 말을 아꼈다. KB증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말씀드릴게 없다"고 말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이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채권금융기관협의회 소집 및 경영정상화 계획 결의에 따라 대응방안이 달라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는 알 수 없다"며 "채권단 회의를 통해 결정될 경우의 수가 워낙 다양해서 현재는 향후 어떻게 할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투자증권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태영건설의 PF 대출 잔액은 약 4조4100억원으로 부채 비율이 478.7%, 우발채무가 7200억원에 이른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위한 PF 대출 보증액을 제외한 순수 부동산 개발 PF 잔액만 약 3조2000억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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