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택시회사가 택시기사의 운송수입금 기준액(사납금)에 미달하는 금액을 임금에서 공제할 수 있도록 정한 근로계약 등을 내세워 퇴직금 일부를 지급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 택시승강장의 모습. 사진은 위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뉴스핌DB] |
서울 강서구 소재 한 택시회사를 운영하던 A씨는 소속 택시기사 4명의 퇴직금 일부를 미지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측은 B씨 등 사납금제가 적용되는 기사 3명이 기준금에 해당하는 금원을 회사에 납입하지 않아 그 미수금 채권을 퇴직금 채권과 상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기사 C씨는 월 3회 무단결근해 근로관계가 종료됐고 근로기간이 1년을 넘지 않아 퇴직금 청구권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다.
A씨의 택시회사 취업규칙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3일 이상 결근한 때에는 근로관계가 자동으로 종료된다.
1심은 A씨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벌금 13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B씨 등 근로자들에 대해 미납금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합의가 없는 이상 퇴직금 채권과 상계할 수 없고 C씨가 무단결근을 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1심과 달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운영하고 있는 법인택시의 경우 이른바 '사납금제'를 운영하는 것이 일종의 관행으로 유지되고 있었다"며 "단체협약서와 취업규칙에 따라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이미 발생한 운송미수금 등을 퇴직금에서도 공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었을 개연성이 상당히 크다"고 했다.
이어 "대법원의 확립된 태도에 따라 미수금 공제 제도 자체는 원칙적으로 허용된다"며 "퇴직금 지급 당시에 명시적인 상계 합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운전자별 월계표에 C씨가 무단결근한 사실이 기재돼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A씨의 입장에서는 C씨가 월 3회 이상 무단결근해 퇴직금 청구권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믿었을 개연성도 높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원심 판결을 뒤집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B씨 등 기사들이 회사와 체결한 근로계약과 취업규칙, 단체협약에 운송미수금을 임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고 정했더라도 이는 강행규정인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에 반해 무효라는 것이다.
여객자동차법은 택시회사의 사납금제 병폐를 시정하기 위해 제21조 제1항 제2호 및 제26조 제2항 제2호에 '운송사업자는 일정 금액의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해 수납하지 말고 운수종사자는 이를 납부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신설, 2020년 1월 1일부터 시행했다.
대법원은 "사용자인 피고인은 사법상 효력이 없는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을 내세워 근로자들에게 지급할 퇴직금 중 1일 최저운송수입금 기준 금액 미달 부분의 지급을 거절할 수는 없다"며 "피고인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C씨에 대해서는 "피고인 회사의 취업규칙이 월 3일 이상 무단결근을 당연퇴직 사유로 정한 것은 성질상 해고에 해당하고 징계해고 사유로도 정하고 있다"며 "피고인이 해당 사유로 당연퇴직 처리하고 퇴직금 미지급 사유로 삼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징계 절차를 거쳤다는 사정이 인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록상 C씨에게 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있다거나 피고인이나 회사가 절차를 거쳤다고 볼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원심 판단에는 퇴직급여법 위반죄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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