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금융감독원은 일부 금융사가 당초 내부 규정으로 정한 것보다 홍콩 H지수 기초 파생결합증권(이하 'H지수 ELS') 한도를 올려 판매하고, 수익률이 없는데도 쿠폰 수익률을 핵심성과지표(KPI)에 반영한 사례를 발견했다고 7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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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충현 금융감독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지난 5일 금감원 본원에서 'H지수 ELS' 관련 점검 설명회를 열고, 지난해 12월 종료한 12개 판매사에 대한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은 이달부터 H지수 ELS의 만기가 도래하며 대규모 투자자 손실이 가시화함에 따라 지난해 11~12월중 주요 12개 판매사의 H지수 ELS 판매실태 등 점검을 위해 현장·서면조사를 실시했다. 최대 판매사인 국민은행은 현장 조사를 실시했고, 신한·하나·농협·SC제일은행 등과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키움·신한 등 7개 증권사를 대상으론 서면 조사를 마쳤다.
금감원은 조사 결과, 일부 판매사에서 ▲ELS 판매한도 관리 미흡 ▲KPI상 고위험·고난도 ELS 상품 판매 드라이브 정책 ▲계약서류 미보관 등 전반적인 관리체계상 적지 않은 문제점을 발견했다.
박 부원장보는 "국민은행의 경우 H지수 ELS 판매한도는 12조9000억원인데, 국민은행은 자체적으로 H지수 변동폭이 30% 이상이면 판매 목표 금액의 50%만 판매하겠다는 내부 규정을 정했다"면서 "하지만 ELS 상품을 많이 판매하면서 자체적으로 80%까지 한도를 끌어올린 사례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국민은행 영업점 직원들이 H지수 ELS 쿠폰 수익률이 마이너스인데도 KPI에는 수익률을 반영하는 꼼수를 취해 판매를 늘린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부원장보는 "은행 본점에서 판매 한도를 증액해도 영업점에서 안 팔수 있었겠지만, 영업점에서 이 상품이 많이 팔렸다"며 "90% 밑으로 떨어지면 수익률이 제로가 돼서 6개월 연장을 하거나 고객이 판매 신청을 해야 하는데, KPI에는 6개월 시점 손실이 났는데도 똑같은 쿠폰 수익률이 반영돼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은행 직원이 계속해서 판매할 요인이 된 것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종목형 ELS는 만기 때 가격이 최초 기준가격의 80~90% 이하면 원금 손실이 나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이에 ELS 발행 당시의 기준가격 대비 90% 이상이면 조기상환을 한다. ELS 상품은 6개월마다 조기상환 청구권이 있다.
금감원은 고객의 중도해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사례도 의심하고 있다. 박 부원장보는 "지수가 하락하면서 중도해지를 요청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은행 직원 입장에서는 중도해지를 안하면 수익률을 KPI상에 반영받기 때문에 중도해지를 받아들이지 않은 사례도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계약 체결이나 관련 자료를 금소법에 10년간 보관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서면조사로 샘플링하다보니 서류 미보관 사례를 파악해서 현장검사에서 자세히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박 부원장보는 설명의무 위반 등 불완전판매에 해당하는 위법 사항 여부를 묻는 질문에 "불완전판매 등의 위법 사항에 대해선 8일부터 실시하는 현장검사에서 세밀하게 살펴볼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H지수 ELS가 지난 2021년 상반기 까지는 1만 이상으로 유지됐었기 때문에 미리 알고 억제할 수 있었을지 의구심이 든다는 지적에 대해 "그 부분에 대해 은행 내부에서도 리스크가 있으니 판매를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던 사실을 확보했고 그 부분에 대해 현장검사에서 면밀하게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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