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갑진년 새해를 맞아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연일 강조하며 '약탈적 이권 카르텔'이라고 까지 지칭했던 연구·개발(R&D) 예산을 임기 내 전폭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관행에 따라 '나눠먹기식'으로 이뤄졌던 R&D 예산을 구조조정한 후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선도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복안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4일 경기도 용인 중소기업인력개발원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첫 번째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2024.01.04 photo@newspim.com |
윤 대통령은 지난 5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2024년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제 임기 중에 R&D 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R&D는 돈이 얼마가 들어가든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경기 용인시 중소기업인력개발원에서 '활력있는 민생경제'를 주제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형식으로 진행한 첫 정부 업무보고에서도 "재임 중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R&D 예산을 늘리겠다고 한 첫 발언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신년회에서 "건전재정 기조라고 하는 것은 꼭 써야 할 때 반드시 쓰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며 "저희가 집에서 돈을 아끼더라도 자녀의 교육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지출하는 것과 똑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미래 세대 연구자들이 세계적인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며 "R&D라고 하는 것은 사람 키우는 것이다. 예산 문제는 정부에 맡겨 놓으시고 여러분은 세계 최고를 향해 마음껏 도전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행사 후 서면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현장을 떠나며 R&D 예산 지원에 대한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GDP의 5%를 R&D에 쏟아붓고 있지만 GDP의 2%를 지출하는 네덜란드로부터 반도체 노광장비를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우수한 기관에 연구비를 집중 지원해 세계적인 연구를 하기 위해 R&D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정부 관계자들에게 "우수한 연구팀에 정부 예산이 적극 지원될 수 있게 하라"고 당부했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반도체 장비 기업 ASML 본사에서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과 함께 찾아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의 안내로 '클린룸'을 시찰하기에 앞서 방진복을 착용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윤 대통령,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대통령실] 2023.12.13 photo@newspim.com |
윤 대통령은 지난해 7월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재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회의 모두발언에서 '이권 카르텔' 혁파를 화두로 제시한 바 있다. 당시 대통령실은 별도 보도자료에서 "금융·통신 산업의 과점 체계, 과학기술 혁신을 가로막는 정부 R&D 나눠 먹기"를 언급했다.
이 같은 방침은 올해 예산안에 반영됐고 야당의 요구에 따라 6217억원을 증액했지만 올해 국가 R&D 예산은 올해 31조1000억원보다 4조6000억원(14.8%) 감소한 26조5000억원으로 최종 확정된 상태다.
그러나 네덜란드 국빈 방문 중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업체 ASML 클린룸을 외국 정상 최초로 방문하는 등 '반도체 동맹' 격상 성과를 이루며 국민 경제를 살찌울 영역의 R&D는 적극 투자하겠다는 것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도 이러한 윤 대통령의 방침에 발맞춰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개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에서 우리 과학기술이 글로벌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R&D를 전방위로 혁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가적 역량 결집으로 성과 창출이 가능하도록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인력과 예산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한다. 또 정부납부 기술료 개선을 통해 민간의 R&D 참여를 촉진시키고 기업 여건에 맞는 감면방식을 적극 도입키로 했다.
특히 올해 1000억원 규모 통합예산을 도입해 효과적인 예산운영이 가능토록 지원한다. 또 첨단산업 중심 글로벌 R&D 투자를 기존 5000억원에서 1조8000억원으로 늘려 젊은 과학자의 연구기회와 역량을 강화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신년회에서 과학기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하겠다는 의지도 거듭 피력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인선 중에 있다. 이러한 일들을 제대로 추진하고 대통령실의 과학기술수석실을 통해서 과학기술인과도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며 "과학기술인, 정보방송통신인 여러분, 과학기술은 국가의 미래이며 성장의 핵심이다. 전쟁과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발전한 모든 국가는 그 근간에 반드시 과학기술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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