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교사의 아동학대를 의심한 학부모가 자녀의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녹음한 대화 내용은 증거로 인정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오경미)는 11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교사 A씨의 상고심에서 학부모가 몰래 녹음한 녹음파일을 증거로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0.12.07 pangbin@newspim.com |
서울 광진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였던 A씨는 2018년 3월 전학온 3학년 학생 B군에게 같은 해 3월 14일부터 5월 8일까지 16회에 걸쳐 "○○이는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아. 학습 훈련이 전혀 안 되어 있어. 1~2학년 때 공부 안하고 왔다갔다만 했나봐"라고 말하는 등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
B군의 모친 C씨는 A씨가 자녀에게 이 같은 말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동학대를 의심, 2018년 3월 13일 B군의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등교시킨 후 수업내용 등 A씨의 교실 내 발언 내용을 녹음했다. 이후 A씨를 아동학대로 신고했고 해당 녹음파일과 녹취서를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은 A씨가 했던 발언 16회 중 2회를 무죄로 판단해 1심보다 감형된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으나 1심과 마찬가지로 C씨가 제출한 녹음파일과 녹취록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초등학교 교육은 공공적인 성격을 가지므로, 피고인이 수업시간 중 교실에서 한 발언은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의 '공개되지 아니한 대화'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피해아동 부모는 피고인의 아동학대 행위 방지를 위해 녹음에 이르게 됐고, 아동 보호를 위해 녹음 외에 별다른 유효적절한 수단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증거를 수집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부정해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C씨가 몰래 녹음한 A씨의 수업시간 중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발언은 특정된 30명의 학생들에게만 공개되었을 뿐, 일반 공중이나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지 않았다"며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이므로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2항 및 제4조에 따라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앞서 대법원 판결에서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한 파일 등은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예외가 인정된 바 없다"며 "이번 판결은 교사의 수업시간 중 교실 내 발언을 그 상대방이 아닌 제3자 즉, 학생의 부모가 녹음한 경우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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