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상대방의 휴대전화 녹음 기능을 몰래 활성화해 통화를 녹음했더라도 통화를 나눈 당사자가 이를 시도한 본인이라면 형사 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개인의 사생활이나 인격적 이익을 중대하게 침해한 것이 아니라면 형사 소송에서의 진실 발견이 우선이라는 취지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0.12.07 pangbin@newspim.com |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이흥구)는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통화 녹음의 증거 능력을 인정해 징역 10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3월 실시된 수산업협동조합 조합장 선거의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하면서 금품제공 등 부정행위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의 배우자 B씨는 A씨의 여자관계 등을 의심해 그의 휴대전화에 몰래 자동녹음기능을 활성화했고 A씨의 통화 내용이 모두 녹음됐다.
경찰은 부정선거 수사 과정에서 A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했고 A씨와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과의 통화 녹음과, B씨와의 통화 녹음이 확인됐다. 검찰은 통화 녹음파일 전부를 이 사건 증거로 제출했다.
1심과 2심은 통화 녹음파일의 증거 능력을 인정해 A씨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와 B씨의 전화통화 내용은 당시 상황에 자연스럽게 부합해 충분히 신빙할 수 있다"며 "A씨는 통화 내용에서 본인이 선거인매수자금을 받기로 했다고 말했는데 실제로 자금을 받았다"고 말했다.
A씨 측은 통화 녹음이 '전화 통화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 모르게 통화 내용을 녹음한 것은 감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통신비밀보호법 규정에 따라 증거 능력이 부정되지 않더라도 사인에 의한 위법수집 증거에 해당해 증거능력이 부정되어야 한다며 상고를 제기했다.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판단을 수긍했다.
대법원은 "B씨가 A씨 동의 없이 휴대전화를 조작해 통화를 녹음한 것은 사생활 내지 인격적 이익의 침해 여지가 있다"면서도 "B씨는 전화통화의 일방 당사자로서 A씨와 직접 대화를 나누며 발언 내용을 직접 청취했으므로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수산업협동조합 선거에서의 금품 살포 행위는 '돈 선거'를 조장하는 중대범죄에 해당한다"며 "피고인들의 공모관계를 비롯한 구체적 범행 내용 등을 밝혀 줄 수 있는 객관적 증거인 해당 전화통화 녹음파일을 증거로 사용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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