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의 통합이 경영권 분쟁으로 번지고 있다.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이번 통합에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한미약품그룹과 OCI홀딩스는 대화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임종윤 사장은 우호 지분 확보 등을 통해 통합을 막겠다는 의지가 강해 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임종윤 사장은 지난 13일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한미 측이나 가족으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고지나 정보, 자료도 전달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한미약품그룹은 "임종윤 사장이 대주주로서 이번 통합에 대해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사진=한미약품] |
지난 12일 OCI홀딩스와 한미사이언스는 지분 교환을 진행했다.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를 취득하고 임주현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하는 내용이다. OCI홀딩스는 각 그룹별 1명씩의 대표이사를 포함한 사내이사 2명을 선임해 공동 이사회를 구성하고, 이우현 회장과 한미 임주현 사장이 각자 대표를 맡는다. 그룹별 현물출자와 신주발행 등이 완결되면 두 그룹이 하나의 기업집단으로 통합된다.
이번 계약과 관련해 한미측에서는 송영숙 회장과 장녀 임주현 사장이 주도했다. 임종윤 사장이 배제된 것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속해있지 않기 때문이다.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 사내이사지만 한미사이언스에서는 지난 2022년 3월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의결권이 없다.
한미그룹과 OCI그룹은 앞으로도 임종윤 사장을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4일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은 임 사장과의 만남을 가졌고, 오는 23일에도 기업 통합 건에 대해서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임종윤 사장은 아직까지 강경한 입장이다. 사모펀드(PEF)를 통해 시장에 나와 있는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그는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투자은행 업계에서 관심을 표명한 국내외 기관이 있다"며 "계획을 1분기 중에는 밝힐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임종윤 사장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12.12%다. 여기에 그와 뜻을 함께 할 것으로 알려진 동생 임종훈 사장은 7.20%다. 두 형제 지분은 19.32%다. 이번에 통합을 주도한 송 회장(12.56%)과 임주현 사장(7.29%)의 지분율 19.85%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만약 임종윤 사장 쪽에서 끝까지 통합에 반대해 임시이사회, 임시주총 소집 등을 통해 표대결까지 몰고 가면 어느쪽이 승자가 될 지 알 수 없는 구도다.
즉 우호지분 확보나 장내매수 및 공개매수 등을 통해 얼마나 지분율을 높일 지가 관건이 될 수 있다. 이러다 보니 현재 한미사이언스 주식 12.15%를 보유하고 있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캐스팅보트를 쥔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신 회장은 고 임성기 창업주의 고향·고교 후배다.
이와 관련 한미그룹측은 "지속적으로 임종윤 사장과 만나 이번 통합의 취지와 방향성에 대해 설명해 이번 통합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다른 당사자인 OCI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미그룹 총수 일가끼리 분쟁인만큼 본인들이 끼여들 이유가 없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hell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