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항공빅딜' 성공에 한 걸음 다가섰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에 따라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화물사업부 매각이 안될 경우 자칫 유럽연합의 승인결정이 보류될 수 있어서다.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화물사업부 매각 결정에도 실제 매각 작업이 늦춰짐에 따라 EU집행위원회(EC)의 기업 결합 승인도 보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미국과 일본은 유럽의 결정을 참고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유럽이 찬성한다면 미국, 일본 역시 무난히 승인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유럽이 조건부 승인을 하는 분위기라서 화물사업부 매각에 차질이 생기면 미국과 일본의 심사 역시 예상외로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항공 항공기(왼쪽)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사진=각 사] |
앞서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C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최종 승인할 방침이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있다. 화물사업부 매각이 대표적이다. EC는 기업결합 승인 전제조건으로 화물사업 부문 독점 해제를 위한 아시아나 화물부문 매각을 내걸었고 아시아나항공은 일부 이사진의 반대를 겪는 진통 속에 매각을 결정한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 거래 가격은 5000억원으로 거론된다. 여기에 인수기업은 화물사업부의 부채까지 떠안아야 한다. 부채의 추산 금액만 1조원이다. 즉 1조5000억원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대금인 셈이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입찰에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이 단독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 에어인천의 경우 재무적 부담과 변동성 있는 사업 전망을 이유로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3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했다. 여기에 모기업인 애경그룹의 지원이 있다면 자금 마련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애경그룹의 지원이 없을 경우 재무적 투자자(FI)와의 연합도 방법으로 거론된다.
문제는 두 가지 방안 모두 실패해 자금 마련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측은 화물사업부를 무조건 팔아야하는 만큼 유일한 인수 수요자로 꼽히는 제주항공 측과 매각 가격을 놓고 줄다리기가 장기화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조건부 승인인 만큼 EC의 실제 승인은 길어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절차에 착수한 이래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 경쟁당국 가운데 11개국에서 승인을 받았다. EC의 심사를 통과하면 미국, 일본의 승인만을 남겨두게 된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EC 심사는 통과한 것으로 평가한다. 유럽연합은 합병을 위해 넘어야 할 가장 큰 난관으로 꼽혔다. 실제로 EC는 중간 심사보고서(SO)를 통해 양 사 합병 시 경쟁제한을 우려하는 등 부정적인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분리 매각, 유럽 4개 여객 노선(프랑스 파리·독일 프랑크푸르트·이탈리아 로마·스페인 바르셀로나) 슬롯 양도를 포함한 내용의 시정조치안을 EC에 제출했다. 이를 계기로 EC는 경쟁제한성 우려가 해소됐다고 보고, 조건부 승인 방침을 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EC는 올해 2월 14일을 심사 마감 기한으로 밝혔지만 이르면 이달 말 공식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EU 집행위로부터 공식 접수한 사안은 아직 없다"면서도 "최종 승인 절차를 완료할 때까지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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