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9일 혁신벤처기업인들을 만나 "경제와 안보가 융합되는 구조적 전환기에 외교부도 경제부처의 일원으로 민생 외교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개최된 혁신벤처업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를 세계 10위권으로 올린 것은 기술력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우리 기업들의 끊임없는 혁신과 시장에 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벤처혁신업계 신년인사회는 매년 초 중소벤처기업부 주최로 기업인을 초청해 열리는 행사다. 이날 행사에는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롯해 성상엽 벤처기업협회장 등 150여명의 기업인이 참석했다. 외교부 장관이 이 행사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개최된 '2024 혁신벤처업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벤처업계 협회장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2024.01.19 yym58@newspim.com |
조 장관이 취임후 첫 행보로 벤처기업인들을 만나는 자리에 참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조태열호 외교부'가 지향하는 정책 방향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조 장관은 외교관 생활 대부분을 통상 분야에서 활동해온 통상 전문가다. 조 장관은 취임식에서도 '경제·안보 융합 외교'를 강조하고 "'경제 따로 외교 따로' 식의 외교는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외교부는 조 장관의 이날 행사 참석에 대해 "조 장관은 취임 이후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표명한 바 있다"면서 "첫 대외 행보로서 중소벤처기업인들을(만나) 해외 진출에 있어 외교부 차원에서 도와드릴 수 있는 방안과 중기부와의 협업 방안에 대해 보다 실질적인 체제를 갖춰나가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제정세와 안보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시점에 외교 수장이 첫 공식 행사로 타 부처 장관이 주최하는 이익단체장과의 인사회를 고른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와 안보를 따로 떼어내기 어려운 시대적 변화를 맞고 있지만, 국제 관계와 안보를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외교의 본령'을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외교관으로 퇴직한 한 안보전문가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미중 전략경쟁 등으로 어느 때보다 국제정세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이고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적 밀착이 급진전되면서 한반도 긴장 지수도 급격히 상승해 충돌과 전쟁의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상태"라며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외교부 장관이 가장 먼저 다른 부처 장관이 주최하는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기업인들을 만나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통상 분야에서 일한 외교관이 외교부 장관에 오른 경우는 매우 드물다. 문재인 정부 때 정의용 장관 이후 조 장관이 두번째다. 이 때문에 조 장관이 기존 외교부 장관과 다른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본인에게 익숙한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민생을 강조하는 대통령실의 최근 정책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는 점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전직 고위관료 출신의 원로 외교관은 "외교부 장관의 자리에서 민생을 생각한다면 기업인 지원이 아니라 국민들이 생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안보 불안 문제 해결에 전념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라며 "조 장관이 사상 최악의 긴박한 안보 상황 속에 외교수장 자리를 맡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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