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서울 관악구 한 등산로에서 여성을 성폭행할 목적으로 무차별 폭행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윤종(31)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정진아 부장판사)는 22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등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또 10년간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10년간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기관 취업제한,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등산로에서 피해자를 성폭행한 후 살인에 이르게 한 피의자 최윤종(30)이 지난해 8월 25일 오전 강간등살인 혐의로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관악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2023.08.25 yym58@newspim.com |
최씨는 재판에서 "피해자의 목을 조른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재판부는 살인의 고의가 인정된다며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도구와 범행방법을 치밀하게 계획·준비한 후 범행대상을 수개월간 물색하다 피해자를 발견해 너클로 피해자의 머리를 수회 가격했다"며 "피해자가 격렬히 저항하자 자신의 팔로 피해자의 목을 감은 후 체중을 실어 목을 누르는 방법으로 호흡을 방해해 의식을 잃게 만들었고 결국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사망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의 범행으로 아무런 잘못 없는 피해자는 생명을 빼앗겼고 어떤 방법으로도 피해를 회복할 길이 없다"며 "성실하고 모범적인 교사였고 용기 있는 여성이던 피해자는 한낮 등산로에서 갑자기 공격당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저항을 했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느꼈을 고통은 가늠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유족 또한 치유될 수 없는 고통을 겪었고 현재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자신의 범행을 진지하게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의 생명 자체를 박탈하기보다는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시켜 그 자유를 박탈하는 무기징역형을 선고함으로써 재범가능성을 차단하고 수형기간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자신의 잘못을 참회할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이 상당하다"며 검찰이 구형한 사형 대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행 법률 체계에 의할 때 피고인에 대한 가석방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므로 20년이 지난 후 피고인을 가석방하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30년간 전자장치 부착을 명하되 재범가능성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다수의 준수사항을 부과한다"고 부연했다.
이날 최씨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되자 유족은 "왜 살리느냐"며 오열했다. 피해자의 오빠는 취재진과 만나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사형(집행)이 안 되고 있어서 무기징역이 나온 것에 대해 실망스럽다"며 "가해자가 가석방 없이 무기징역으로 저 안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가해자가 돌려차기 사건을 보고 계획을 했다고 하는데 누가 이 사건을 보고 모방하는 일이 생길까 봐 그게 제일 걱정된다"며 "가해자도, 가해자의 가족도 인간적으로 저희한테 사과 한마디 없었는데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동생과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안 나왔으면 한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앞서 최씨는 지난해 8월 17일 오전 11시30분께 서울 관악구의 한 산속 공원 둘레길 등산로에서 너클을 낀 주먹으로 30대 여성 A씨의 머리 부위를 수차례 때리고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A씨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최씨가 범행 4개월 전부터 범행도구로 사용하기 위해 철제 너클을 구입하고 폐쇄회로(CC)TV가 없는 범행 장소를 물색하는 등 장기간 치밀하게 성폭력 범행을 준비했다며 계획범죄로 결론지었다.
특히 최씨는 범행 전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보도를 보고 피해자를 기절시키고 CCTV가 없는 곳에서 성폭행할 것을 계획했다고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진술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지난 2022년 5월 30대 남성 이모 씨가 귀가하는 20대 여성을 성폭행하기 위해 무차별 폭행을 가한 뒤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으로 이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20년을 확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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