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종교단체 내에서 목사 등이 선거운동하는 것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광주에서 목사로 일하는 박모 씨가 종교단체 내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제85조 제3항에 대해 낸 헌법소원을 25일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헌법재판소가 9인 완전체 구성을 완료한 가운데 21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사건번호 2023헌가19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제8조 제1항 위헌제청에 관한 선고를 위해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입장후 자리에서 대기하고 있다. 2023.12.21 yym58@newspim.com |
박 목사는 2022년 1월 본인이 담임목사로 있는 광주 서구의 한 교회에서 20~30명의 신도를 상대로 "이재명이 분명히 공산주의하겠다는 거요. 사회주의를 하겠다는 거요. 그런 사람이 대통령 되면 그냥 그대로 넘겨버려요" 등 발언하며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비방했다.
그는 같은 날 오후에도 20~30명의 신도를 상대로 "절대로 민주당이 되면 우리는 끝납니다. 감옥에 갈 거, 다 죽을 거예요" 등의 발언을 했다.
이에 검찰은 박 목사가 교회 담임목사 지위를 이용해 같은 해 3월 9일 실시된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 후보가 당선되지 못하도록 선거운동을 했다며 그를 재판에 넘겼다.
1심은 지난해 7월 박 목사의 혐의를 인정하고 그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박 목사는 재판 진행 중 공직선거법 제85조 제3항 및 제255조 제1항 제9호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같은 법률 조항들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공직선거법 제85조 제3항은 '누구든지 교육적 종교적 또는 직업적인 기관·단체 등의 조직 내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해 그 구성원에 대해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하거나, 계열화나 하도급 등 거래상 특수한 지위를 이용해 기업조직·기업체 또는 그 구성원에 대해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같은 법 제255조 제1항 제9호는 '제85조 제3항 또는 제4항을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처벌 규정이다.
박 목사 측은 직무이용 금지조항 중 '직무상 행위를 이용해' 부분이 모호하고 추상적이어서 어떠한 행위를 금지하는지 알 수 없고 자의적인 법 집행이 가능하므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는 '직무상 행위를 이용'이라는 문언이 다소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이를 금지해 달성되는 공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종교단체 내에는 신도에게 정신적·도덕적 지도를 하고 교리를 해설하며 종교의식을 주관하는 성직자는 종교지도자일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 사회지도자로 대우를 받으며 신도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이를 기초로 공직선거에서 특정인이나 특정 정당에 대한 맹목적 지지 또는 반대를 끌어내려 하는 경우 대상이 되는 구성원은 그 영향력에 이끌려 왜곡된 정치적 의사를 형성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판시했다.
이어 "직무이용 제한조항에 따라 종교단체 내에서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일정 부분 제한되지만 종교단체의 특성과 성직자 등이 종교단체 내에서 가지는 상당한 영향력을 고려하면, 그러한 선거운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위반한 경우 처벌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종교단체가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며 정치와 종교가 부당한 이해관계로 결합하는 부작용을 방지함으로써 달성되는 공익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어 직무이용 제한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갖췄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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