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둔 배경중 하나로 정의선 회장의 끊임없는 혁신이 첫 손에 꼽힌다. 정 회장은 지난 2018년 수석부회장 취임을 전후로 사람과 조직을 바꾸고 '품질 경영'을 지속 강조해왔다. 상명하복의 남성중심 기업 문화를 '젊고·세련되고·역동적인' 조직으로 빠르게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정의선식 혁신'을 통해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는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1, 2위를 기록했다. 지난 14년간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1위를 지켜온 삼성전자를 추월한 것이다. 아울러 현대차와 기아 합산 영업이익률(10.2%) 면에서 전기차 라이벌 테슬라(9.2%)마저 제쳤다.
[정의선 혁신] 글싣는 순서
1. 사람·조직·품질 3박자…테슬라·삼성전자 제친 배경은
2. 현대차그룹 SW 전환 실험…SDV 시장 선점 속도
3. 현대차·기아, 최대 실적 넘어라…무기는 하이브리드차
◆ "이 순간에도 세상은 바뀐다" 끊임없는 혁신 주문
정의선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이 순간에도 세상은 바뀌고, 경쟁자들은 달리고 있다"며 "경쟁자들을 따라잡고 경쟁하기에 급급해 할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완전한 만족을 주는 것이 최고의 전략과 전술"이라고 강조했다.
'정의선식 혁신'을 계속 추구하면서도 품질 면에서 고객 불만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회장 취임 이후 정몽구 명예회장 시절 그룹을 이끌던 부회장단을 축소하고 사장단 중심 경영체계를 안착시켰다. 도심 항공기(UAM)와 자율주행·수소연료전지·로보틱스 등 현대차그룹의 미래사업 중심 인물들을 대거 중용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3일 오전 경기 광명시 기아 오토랜드 광명 2공장에서 열린 2024년 현대자동차그룹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지난해 연말 인사에선 역대 최대 규모인 252명의 신규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신규 선임 임원의 38%를 40대로 채우고 외부 인재 수혈을 이어가는 등 세대교체 기조를 지속했다. 특히 현대차그룹 '순혈주의' 타파 기조도 이어졌다. GM 출신이면서 안전·품질 분야 전문가인 브라이언 라토프(59) 부사장을 글로벌 최고 안전 및 품질책임자(GCSQO·사장)로 승진 임명했다.
또 글로벌기업 BAT그룹에서 최고인사책임자(CHRO)를 지낸 여성인 김혜인(49) HR본부장을 부사장에 임명했다. 정 회장은 과거에도 피터 슈라이어 전 사장과 루크 동커볼케 사장, 알버트 비어만 사장 등 외국인 임원을 과감히 영입해 조직 문화를 유연하게 바꿨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 대 이은 품질경영 성과..미국서 2년 연속 '품질왕'
사람과 조직에 이은 정 회장의 또 하나의 혁신은 '품질'이다. 현대차그룹의 품질 혁신은 정몽구 명예회장 시절부터 강조되온 단골 메뉴다. 정의선 회장은 신년사에서 "경쟁자들을 따라잡고 경쟁하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완전한 만족을 주는 것이 최고의 전략과 전술"이라며 "품질과 안전,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가격에 이르기까지 전 부문에서 창의성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실하게 갖춰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도 "품질은 특정 분야가 아닌 우리 모두의 과제다. 생산과 판매, 애프터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고품질로 고객에세 만족을 넘어 감동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21년 임직원 타운홀 미팅에선 "품질 개선 문제라면 자존심을 따지지 않겠다"고도 했다.
현대차 아이오닉 6 [사진=뉴스핌 DB] |
정 회장의 이같은 '품질 경영'은 일부 성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에서 도요타와 제너럴모터스(GM), 메르세데스-벤츠 등을 제치고 2년 연속 '품질왕'에 등극했다. 자동차 업계 최초로 '10년·10만 마일 보증' 등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전동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더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현대차가 '품질왕'에 선정된 미국 시장조사업체 제이디파워(J.D.Power)의 자동차 내구품질조사는 차량 구입 후 3년이 지난 고객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3년 실사용 후기'다보니 미국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현지 소비자들 사이에선 중고차 판매시 척도로도 사용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부 교수는 "정의선 회장이 당장의 수익성 보다는 미래지향적인 계획과 발표를 통해 수익률 측면에서 너무 모험 아니냔 우려도 있었지만 미래에 대해 미리 예측하고 움직인 부분이 잘 맞아 떨어진 것 같다"며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보다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움직이겠다는 경영철학이 성공을 거둔 결과"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