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미래에셋증권이 지난 3분기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이 늘어났는데도, 충당금은 직전 분기 대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부동산 금융 외 실적 부진이 충당금 적립 능력 감소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작년 3분기 투자부동산손상차손은 총 515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분기에 기록한 476억원보다 8% 증가한 수치다. 특히 3분기 누적 수치로 보면 전년 동기(117억원) 대비 1050% 급증한 1356억원을 기록했다.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2024.01.30 stpoemseok@newspim.com |
손상차손이란 회사가 보유 중인 자산의 가치가 장부가액보다 떨어졌을 때 이를 재무제표와의 손익계산서에 반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향후 창출할 현금흐름이 악화해 사용권 자산의 장부가액보다 낮다고 예상되면 손상차손에 반영한다. 미래에셋이 투자한 부동산의 가치가 떨어지면 재무제표에 기록되는 투자부동산손상차손이 늘어나는 셈이다.
미래에셋증권의 해외 부동산 투자에서 손실이 난 것이 영향을 줬다. 지난 3분기 미래에셋증권은 미국 댈러스 스테이트팜 매각 손실 600억원, 프랑스 마중가 타워 손상차손 500억원을 부동산 관련 손실로 인식했다. 게다가 지난 2분기에도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GFGC) 관련 200억원의 충당금을 쌓은 바 있다.
다만 이 기간 미래에셋증권의 손실 충당금도 함께 줄었다. 작년 3분기 미래에셋증권의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99억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144억원) 대비 31% 줄어든 수치다. 대손준비금(잔액 기준)도 같은 기간 1007억원에서 886억원으로 12% 쪼그라들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증권 측은 "구체적인 대손충당금·대손준비금 수치와 적립 계획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면서도 "수시적으로 부동산 공시 가치 점검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경영에 반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의 실적 감소 추세가 이어지면서 충당금을 적립할 여유가 줄어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의하면 미래에셋증권의 작년 3분기 인수 및 주선수수료는 372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748억원) 대비 50% 감소한 수치다. 인수 및 주선수수료는 부동산 금융을 제외한 전통 기업금융(IB) 실적을 반영하는 지표다.
윤재성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부동산 금융을 제외한 전통 IB 부문 등에서 경상적으로 창출하는 수익 규모가 커야 부동산 투자 손실에 대한 충당금을 안정적으로 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 당국은 개별 증권사에 고강도의 리스크 관리를 주문하고 있다. 지난 24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사 최고 경영자(CEO)와의 간담회에서 "부실 사업장은 신속하고 과감하게 정리하고, 12월 결산 시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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