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앞으로 마약을 투약하면 운전면허 수시 적성검사 대상자가 돼 면허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지게 된다. 지난해 서울 압구정에서 발생한 '롤스로이스남' 사건 이후 마약 투약 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2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올해 상반기 중으로 마약 투약범죄 피고인을 운전면허 수시적성검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한다.
수시적성검사는 도로교통법상 운전면허에 결격사유가 생긴 사람을 대상으로 운전 능력을 수시로 판단하는 제도다. 결격사유는 안전운전을 하기 어려운 후천적 신체장애나 교통상의 위험을 일으킬 수 있는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알코올 중독으로 규정돼 있다.
도로교통공단이 대상자에게 검사통지서를 보내면 정해진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검사를 받아야 한다. 각종 검사와 도로교통공단이 위촉한 의사의 의견을 바탕으로 운전적성판정위원회에서 대상자의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결격사유가 확인되거나 기간 내 검사를 받지 않으면 면허는 취소된다.
경찰청이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수시 적성검사 대상자는 12만6912명이었으며 이들 중 검사를 통과한 사람은 4만7676명으로 전체 37.6%에 그쳤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압구정 롤스로이스' 마약 처방 염모 의사가 22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2023.12.27 leemario@newspim.com |
수시적성검사 대상에 마약투약범을 포함시키는 것은 지난해 서울 압구정에서 발생한 '롤스로이스남' 사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2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동호대교 하단 인근에서 신모 씨는 슈링크 시술(피부탄력개선) 명목으로 수면마취제로 쓰이는 미다졸람, 디아제팜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해 약물에 취한 상태로 롤스로이스 차량을 운전하다가 인도를 침범해 길을 지나가던 배모 씨를 치여 뇌사 상태에 빠뜨렸고 결국 배씨는 지난달 25일 숨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은 지난 24일 신씨에 대해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현행법에서는 마약을 투약한 뒤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내거나 단속에 적발되면 운전면허가 취소된다. 하지만 수시 적성검사 대상이 되는 결격사유에는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알코올 중독인 경우만 해당되는데다 이를 관계기관에서 경찰에 알려야 수시 적성검사 대상에 포함됐었다. 마약 전과만으로 대상에 포함되지는 않았다.
사건 이후 마약투약 혐의가 있는 운전자에 대한 단속과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국회에서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마약 등 약물을 복용한 상태로 운전을 하는 약물운전의 단속 기준을 음주운전 금지 조항 수준으로 명시화하는 등 구체적인 단속 절차와 방법을 명시했다.
한편 경찰은 수시적성검사 대상 뿐 아니라 절차 등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수시적성검사 대상에 마약 투약범 뿐 아니라 운전 중 의식을 잃을 수 있는 당뇨나 심장병을 앓는 사람도 수시 적성검사 통보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시 적성검사 대상자에 포함시키고 적극적으로 현행 법 규정을 해석하고 적용해 마약 투약범 운전자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면서 "수시적성검사 제도 전반을 살펴 올해 상반기 내 계획을 만들고 의료계와 협의해 법령 정비와 대상자 확대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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