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한국과 인도네시아를 오가는 국제선 운항편이 늘어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독점으로 운항하던 인도네시아 노선에 제주항공, 에어프레미아 같은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뛰어들 예정이다. 이 경우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항공권 구매가 가능해진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한국과 인도네시아 정부는 양국 간 국제선 운항 횟수를 주 28회까지 늘리는 데 합의했다. LCC 진입이 가능해지면서 항공권 가격이 낮아질 전망이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 모습 [사진=정일구 기자] |
현재 인도네시아 노선은 대형 항공사가 독점 중이다. 인천~발리 노선은 대한항공이, 인천~자카르타 노선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취항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31일부터 이틀에 걸쳐 진행된 한-인도네시아 항공회담으로 LCC들의 인도네시아 노선 진입이 가능해졌다. 인도네시아는 자동차, 이차전지 등 다양한 분야의 국내 대기업이 진출한 곳이다. 게다가 발리는 허니문과 가족여행으로 유명한 지역이라 LCC들은 화색을 띠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휴양지로 유명했지만, 최근 대기업이 진출해 관광과 상용 수요 두 가지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노선"이라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10개국 가운데 직항 자유화를 체결하지 않은 유일한 국가다. 하지만 이번 회담으로 양국 6개 지방 공항의 자유화가 이뤄졌다. 한국 6개 지방공항은 김해(부산), 대구, 청주, 제주, 무안, 양양이다. 인도네시아 6개 지방공항은 바탐, 마나도, 롬복, 족자가르타, 발릭파판, 케르타자티 등이다. 항공자유화(오픈스카이) 지역은 운수권을 배분받지 않아도 된다.
다만 지방공항~발리·자카르타 노선과 인천~마나도·바탐 노선은 공급이 늘었어도 운수권 배분 과정을 거쳐야 한다. 회담 이후 한두 달 뒤부터 운수권 배분 준비를 시작하는 것을 고려할 때 상반기 중 배분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LCC들은 운수권 배분을 위해 벌써부터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제주항공의 움직임이 가장 적극적이다. 특히 인천발 인도네시아 노선 확보에 유리한 위치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5월 인도네시아 대표 관광지인 마나도와 바탐에 전세기를 운항했다. 제주항공 설립 후 처음 운항하는 인도네시아 노선이었다. 항공사가 신규 노선 운수권을 확보할 때 부정기 노선 운항 경험이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운수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한 셈이다.
제주항공은 또 2022년 9월 인도네시아 북술라웨시주와 교류 협약을 진행했다. 지난해 1월에는 현지 국영 기업인 인도네시아 제1공항공사와도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인도네시아 항공사와 공동운항(코드쉐어) 협약을 맺는다면 대표적인 황금노선인 발리 노선 진입도 가능하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확대된 노선들에 대해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진에어 역시 유럽, 대양주 운항이 가능한 B777-200ER 기재가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다소 불리한 위치다. 대한항공 계열 항공사인 진에어에 인천발 노선 운수권이 배분될 경우 경쟁제한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대형기를 보유한 에어프레미아와 티웨이항공도 노선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에어프레미아는 B787-9, 티웨이항공은 A330-300 항공기로 한번에 많은 승객을 실어 나를 수 있다.
에어부산은 거점공항인 김해공항을 중심으로 노선 확대에 나설 전망이다.
LCC의 진입은 소비자들에게도 호재다. 여름휴가 기간 대한항공이 독점한 인천~발리 노선 항공권 가격은 200만원을 넘어선다. 하지만 LCC 진입은 항공권 가격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 앞서 몽골 노선 역시 LCC 진입으로 항공권 가격이 대폭 낮아졌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항공사가 독점하던 몽골 노선에 LCC가 진입하면서 항공권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며 "항공권은 결국 수요와 공급에 의해 형성되기 때문에 발리를 포함한 인도네시아 노선 역시 합리적인 가격 형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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