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초등학생에게 돌봄을 제공하는 늘봄학교의 영역이 지역아동센터와 겹치면서 공공에서 민간 사업의 밥그릇을 뺏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사한 역할을 하는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육성책은 미비하면서 늘봄학교를 확대 시행한다는 것. 업계에서는 늘봄학교와 지역아동센터 간 차이를 분명히 해 달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4일 보육업계에 따르면 지역아동센터가 돌보는 아이들이 늘봄학교로 옮겨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정난에 시달리는 지역아동센터와 달리 교육부가 늘봄 사업에 상당한 지원을 할 것으로 보여 민간 영역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2004년 법제화된 지역아동센터는 초등학교 및 중학교에 재학 중인 아동을 돌보는 시설이다. 취약계층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 법이 바뀌어 정원의 50%까지 일반 아동을 받을 수 있다. 늘봄학교는 올해 초등학생 1학년만을 대상으로 하지만, 2026년까지 모든 초등학생까지 사업이 확대되기에 영역이 상당 부분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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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는 주요 이용층이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선숙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사무총장은 "늘봄학교가 지난해부터 시범사업을 한 후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 입소가 준 상황으로, 이용 아동 수가 감소한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에서 10년 동안 센터장으로 근무한 A씨는 "저출산으로 인해 아이들 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수요가 분산되면 센터 운영이 어려워질 거 같다"고 했다. 서울 목동에서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는 B씨는 "아이들을 유치하지 못할 것을 대비해 청소년에게 저녁 늦게까지 재능 개발을 지원해주는 특화 프로그램을 강화해볼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에서 공공 돌봄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4년부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보육정책은 '방과후 돌봄교실'→'온종일 돌봄학교'→'온종일 돌봄교실' 등으로 이어져 왔다.
다만 2018년 지역아동센터와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하는 '다함께 돌봄센터'를 각 지자체마다 설립하면서 지역아동센터의 불만이 커졌다. 기존에 지역아동센터의 근무여건, 급여, 시설 등이 미비하다는 항의에도 별다른 지원책이 없다가 비슷한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
늘봄학교는 무료 급식을 지원하는 등 혜택이 더 크다. 지역아동센터 측이 이번 정부의 결정을 '밥그릇 뺏기'로 보는 이유다. 20년차 센터장 C씨는 지역아동센터 지원이 적은 이유에 대해 "민간에서 만든 지역아동센터를 지원해봤자 공무원 실적이 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일각에서는 지역아동센터와 늘봄학교 등 돌봄기관들이 서로 연계된다면 각각의 영역을 담당하며 시너지가 날 거라는 주장을 펼친다. 다만 정부에서는 현재까지 구체적인 해결책을 내지 않고 있다. 지역아동센터를 지원하는 보건복지부 측에서는 "교육부에서 이를 고안하고 있다고 들었으나 대외적으로 발표되거나 확정된 부분은 없다"며 "복지부 역시 공유받은 바가 없다"고 답했다.
지역아동센터에서는 돌봄 및 교육 영역이 천편일률화되기보다는 다양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원도에서 지역아동센터를 14년간 운영해온 D씨는 "방과후 늘봄학교는 교육적 측면에 방향성을 집중하고 지역아동센터는 지금까지처럼 가정의 역할을 보완하는 복지적 측면에 집중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고 했다.
최 사무총장은 "지역적 상황, 아이들이 이동할 수 있는 거리, 프로그램 내용이나 돌봄의 성격에 따라서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다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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