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내달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KT&G가 지난해 이어 올해도 외풍에 흔들리고 있다.
최근 KT&G 사외이사들을 향한 논란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외풍의 중심에 있는 행동주의펀드가 제안한 새 인물이 이사회에 진입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가 내달 KT&G 주총에 앞서 주주제안에 나설지 관심이 높다.
KT&G는 지난해 주총에서 FCP가 제안한 배당 규모와 사외이사 선임을 골자로 한 주주제안을 수용, 안건을 상정했으나 모두 큰 표차로 부결된 바 있다.
KT&G 사옥 전경 [사진=KT&G] |
올해 FCP는 사외이사 진입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 FCP가 최근 KT&G 측에 '이사 책임 추궁 소 제기 청구서'를 발송하면서다.
지난 2001년부터 KT&G 이사회의 전·현 이사들이 자사주 1000만여주를 소각하거나 매각해 주주 가치를 제고하는 데 활용하는 대신, 재단·기금에 무상으로 증여해 회사에 1조원대 손해를 끼쳤다는 주장이다.
회사가 청구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FCP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여기에 최근 잇달아 KT&G 전·현직 이사들의 외유성 출장 논란을 비롯해 미국 주(州) 정부에 낸 1조5400여억원의 장기예치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현직 사외이사들의 책임론에 불이 붙었다.
경영진을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재 KT&G 이사회는 8인으로 사내이사 2인을 제외하면 6인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6인의 사외이사 중 현재 이사회의장인 임민규 전 SK머티리얼즈 대표이사와 지배구조위원회 위원장인 백종수 변호사의 임기가 내달 만료된다.
KT&G는 재선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FCP 측에서 내세울 인물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FCP는 지난해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대표이사 부회장, 황우진 전 푸르덴셜 생명보험 대표를 후보로 내세웠으나 주주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특히 주총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국민연금은 KT&G가 추천한 김명철, 고윤성 후보에 집중 투표했다.
국민연금은 행동주의펀드가 제안한 사외이사가 선임될 경우 KT&G 이사회의 독립성 훼손을 우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역시 표 대결이 예상되지만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게 점쳐지지 않는다.
FCP가 보유한 KT&G 지분은 1%로, 주주들의 지지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지난해 주총에서 배당금 인상에 대한 안건에서도 큰 표차로 부결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KT&G 사외이사들의 논란이 연이어 제기되면서 사외이사 교체에 대한 명분을 쌓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KT&G는 현재 백복인 현 사장의 용퇴 결정으로 사장 선임 절차를 거치고 있다.
KT&G의 사장 선임 절차는 관련 법령에 따라 지배구조위원회(지구위),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주주총회 승인 등 3단계로 나눠 진행된다.
지구위는 지난달 31일 사외 후보자 4명과 사내 후보자 4명, 총 8명을 사장 후보 심사대상자(1차 숏리스트)로 확정하고, 이날 구성된 사추위에 추천한 상태다.
사추위는 이달 중순 후보자를 3~4명 내외로 압축한 2차 숏리스트를 확정하고 명단을 공개할 예정이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