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전기차 대중화 기대로 초고속 성장을 이어오던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성장세에도 제동이 걸렸다. 글로벌 경기 침체속 전기차시장 성장세가 둔화되며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되는 '캐즘(Chasm)'국면에 진입하면서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올해 '질적 성장'의 해로 보내겠다는 각오다. LG와 SK는 갑진년 새해와 함께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며 쇄신을 예고한 바 있다.
10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내 1위 LG에너지솔루션의 새 대표로 취임한 김동명 대표는 올해 차세대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 등 '기술 초격차' 경영에 나서겠단 계획이다.
김 대표는 취임사에서 "지난 3년이 양적 성장과 사업 기반을 다진 LG에너지솔루션 1.0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강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진정한 질적 성장을 이루는 엔솔 2.0의 시대를 만들어가야 한다"며 기술력이 바탕이 된 '질적 성장'을 강조한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1.0'이 자동차의 전동화 시대에 맞춰 초기 기술개발과 대규모 설비투자라면, '2.0'의 화두는 설비 공정 관리와 차세대 기술 연구개발(R&D)인 셈이다.
김 사장은 '질적 성장을 이끌 이기는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가장 먼저 초격차 제품과 품질 경쟁력 확보를 꼽았다. 그는 "LG에너지솔루션은 그동안 퍼스트 무버로서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값진 경험을 축적하고 자산으로 만들었다"며 "이를 기반으로 제품 및 품질에서 경쟁사를 압도하는 기술 리더십을 구축하자"고 당부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최윤호 삼성SDI, 이석희 SK온 대표 [사진=각사] |
최윤호 삼성SDI 대표는 지난 2021년 12일 대표이사에 선임, 경쟁사 CEO가 교체되는 가운데 새해에도 삼성SDI를 이끌게 됐다. 최 대표는 취임 직후인 지난 2021년 13조원 규모였던 매출을 지난해 20조원대로 끌어올리는 등 배터리 사업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업황 둔화로 영업이익(1조6334원)은 10% 감소했지만, 배터리3사중 실적 면에서 가장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재무전문가인 최 대표는 외형 확장보다 질적(수익성) 성장 전략을 펼친 결과, 삼성SDI의 영업이익률은 2022년 8.9%로 LG에너지솔루션(4.7%), SK온(적자)보다 높은 성적표를 받았다.
삼성SDI는 특히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SDI는 P5의 판매 확대를 통한 수익성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면서, 동시에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차세대 프리미엄 배터리 라인인 P6 각형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P6는 니켈 비중을 88%(P5)에서 91%로 높이고 음극재에 독자적인 실리콘 소재를 적용해 에너지밀도를 극대화한 제품이다.
지난해 말 새롭게 취임한 이석희 SK온 대표는 흑자 달성 전까지 연봉의 20%를 반납하기로 하며 주목을 받았다. 아울러 임원들에게 오전 7시 출근해 업무 계획을 수립하고 소통 기회로 활용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현재 미국 금리인상 랠리와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시장 성장속도 둔화라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올해 턴어라운드 원년이라는 막중한 소명 속에 임원이 사활을 걸고 위기 극복에 앞장서달라"고 당부했다.
SK온은 지난해 581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손실 폭이 45% 정도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2조8972억원으로 전년 대비 69.3% 증가했다.
이 대표는 임원 간담회에서 "SK온이 전례 없는 빠른 성장을 이뤄왔으나 향후 중국 경쟁사의 거센 공세를 이겨내고 흑자 전환을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며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 역량을 확보하고 기업공개(IPO)를 차질 없이 준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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