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챗GPT 개발사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이 AI용 반도체를 자체 개발하겠다며 최대 7조 달러 자금 조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자금조달의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오픈AI의 이 같은 움직임은 AI 반도체 시장을 키우는 데 일조하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반도체 기업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예상이다.
14일 외신 등에 따르면 올트먼 CEO는 자체 AI 반도체 개발과 생산을 위해 5조~7조 달러의 자본조달을 목표로 예비투자자와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돈으로 약 6600조~9300조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지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오픈AI의 이 같은 움직임으로 AI 반도체의 판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사진=블룸버그] |
비단 오픈AI 뿐 아니라 구글을 비롯해 애플, 아마존 글로벌 기업들 역시 이미 자체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생성형 AI에서 중요한 것은 방대한 연산을 수행하는 AI 그래픽처리장치(GPU)인데, 현재 이 반도체는 엔비디아의 H100과 A100 제품이 독점하고 있다. 이에 엔비디아는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아마존을 제치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에 이어 미국 증시에서 시총 3위로 올라서며 영향력을 빠르게 확장시키고 있다.
이규복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부원장(전 반도체공학회장)은 "오픈AI의 AI반도체를 자체개발하려는 움직임은 엔비디아에 끌려다니는 것을 줄이고 주도권을 가져와야겠다는 의도"라며 "하지만 이것은 돈이 있고, 반도체 장비만 세팅된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인력과 노하우 등이 따라줘야 해 현실성은 낮아보인다"고 말했다.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 긍정적인 부분은 오픈AI와 같이 AI반도체 시장 규모를 키울 만한 이벤트가 많으면 많아질수록 시장이 커질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는 한편 AI를 위한 메모리반도체 시장도 함께 커질 수 있는 구조라는 점이다. 최근 올트먼 CEO는 방한을 통해 SK그룹 최태원 회장을 만나는 한편 삼성전자에선 경계현 사장을 비롯해 경영진과 미팅을 진행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회장은 "AI반도체는 GPU와 HBM을 갖춰야 하는데, 오픈AI나 구글 등이 하려고 하는 것은 GPU를 직접 설계하고 싶은 것"이라며 "이것을 위탁생산할 때 TSMC의 경우 인력이 부족해 삼성전자에 좋은 기회가 올 수 있고, AI반도체 시장이 커지면 HBM을 많이 써야 하니 한국 기업들에 좋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챗GPT 성장과 맞물려 빠르게 규모를 키운 HBM 시장의 경우 지난해 메모리반도체 업황 둔화로 고심하고 있던 국내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됐다. 하지만 HBM 매출이 국내 메모리반도체 기업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에 사용되는 메모리는 고성능을 요구하는데, AI칩을 만들려면 꼭 메모리가 들어가야 하고, 그러면 삼성이나 하이닉스 같은 우리나라 메모리 기업들의 역할은 커지게 될 것"이라며 "오픈AI 뿐 아니라 AI반도체에 있어 다양한 영역에서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은 AI반도체 시장 파이가 커진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기업에 긍정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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