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유럽연합(EU)의 기업 결합 심사에서 승인을 받으면서다. 대한항공은 이제부터 최종 관문인 미국 승인을 받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다만, 미국 승인 과정이 험로를 예고하는데다 인력 이동으로 인한 노사갈등 가능성까지 남아 있어 남은 과제도 만만치 않다.
[영종도=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여객기들이 멈춰 서있다. |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는 미국 승인만 남겨뒀다. 미국 승인을 마치면 세계 10위권 규모의 대형 항공사가 탄생하게 된다.
앞서 지난 13일(현지시각) EU집행위원회(EC)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양 사가 보유한 14개 유럽 노선 중 4개 노선 반납과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이 승인 조건이다.
◆미국 난관 무사히 통과할까
'메가 캐리어' 탄생의 마지막 관문인 미국 승인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쟁제한성 훼손에 민감한 미국 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시 여객, 화물 부분 독점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어서다.
미국 법무부(DOJ)가 독점을 우려한 여객 노선은 뉴욕, 로스앤젤레스(LA),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하와이 등 5개다. 여기에 지난해에는 DOJ가 경쟁 제한성 훼손을 이유로 양 사 합병을 막기 위한 소송을 검토한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DOJ는 자국 항공사의 합병도 소송을 통해 제지한 사례가 있는 만큼 난관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DOJ는 지난해 3월 자국 저비용항공사(LCC) 제트블루와 스피릿항공 인수·합병(M&A)을 막기 위해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두 항공사가 합병할 경우 항공권 가격이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결국 미국 법원은 최근 DOJ의 편을 들어 양사의 합병을 저지하는 판결을 했다.
DOJ는 2021년에도 제트블루와 아메리칸항공의 미국 국내선 제휴에 제동을 거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에어프레미아의 미주 노선 취항으로 DOJ의 독점 우려를 해소할 계획이다. 에어프레미아는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LA)와 뉴욕, 하와이 노선을 운항 중이다. 오는 5월부터는 샌프란시스코도 취항한다. 시애틀 노선 역시 대한항공으로부터 이관 받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에어프레미아의 기재가 5대뿐이라 미주 노선 운영에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한항공은 항공기와 조종사 등 관련 인력을 지원할 방침이다. 다만 DOJ가 대한항공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델타항공의 지난해 미국 노선 합산 점유율은 80% 이상이다. 대한항공은 델타항공과 조인트 벤처로 한·미노선을 공동운영하고 있다.
화물사업부 독점 우려는 해소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앞서 EC가 대한항공의 화물사업 독점 가능성에 대한 시정 조치를 요구하면서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매각하기로 했다. 이에 DOJ는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미국은 심사 진행 중"이라며 "6월말경 심사 절차 마무리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노사갈등 가능성 남아
업계에서는 합병 여파로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을 제기한다. 노선 재분배와 화물사업부 분리 매각으로 관련 문제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당장 화물사업부만 해도 800여명의 인력이 소속을 변경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티웨이항공 등 LCC에 파견될 대한항공 인력을 중심으로 강한 내부 반발도 예상된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파견 형식이라고 해도 어쨌든 대한항공을 잠시 떠나는 것이니 직원들 입장에선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대한항공이 고용유지를 선언했어도 화물사업부 매각 과정에서도 인력 문제로 인한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측은 합병 이후 인위적인 인력 감축은 없다는 입장을 줄곧 밝혀왔다. 조원태 회장이 "양사 임직원들의 소중한 일터를 지키는 것을 최우선 가치를 두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조건부 승인으로 인한 노선 조정으로 중복 인력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항공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슬롯 재분배 과정에서 중복 인력 문제가 발생한다"며 "회사 통합으로 업무가 중복되는 간접 인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인위적인 인력 감축을 안 할 방법이 마땅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시아나 노조 측 역시 인력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다만,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한 노조 관계자는 "화물사업부 매각 관련 문제도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고, 합병도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일단 지켜보는 상황"이라면서도 "현장 인력뿐만 아니라 사무직 역시 중복 인력들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예상돼 이 부분에 대한 우려는 있다"고 말했다.
a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