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국내 주요 전자 기업들이 글로벌 탄소중립(넷제로) 전환 흐름에 발맞춰 재활용·재생 가능 소재를 사용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자 기업들은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저감, 탄소중립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데 대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2050년까지 미국 경제 전반에 넷제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는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시행해 수입품에 대한 탄소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우리나라 역시 윤석열 대통령이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SK하이닉스의 재활용 SSD. [사진=SK하이닉스] |
이에 국내 전자 업계는 탄소배출에 따른 경제적 부담과 불이익을 덜기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먼저 SK하이닉스는 최근 재활용·재생가능 소재를 제품 생산에 적극 활용하는 중장기 계획을 글로벌 반도체 업계 최초로 수립했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이나 폐기된 제품에서 소재를 추출, 회수한 후 재가공해 쓰는 비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향후 재활용 소재 사용 비율을 2025년까지 25%, 2030년까지 30% 이상까지 확대하는 게 골자다.
구체적으로는 반도체 생산에 들어가는 필수 소재인 구리, 주석, 금 등 일부 금속 소재부터 재활용 소재로 전환하기로 했다. 금속 소재는 메모리 반도체 완제품 중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다른 소재로 대체하기도 어려워 재활용 시 자원 순환 측면에서 효과가 가장 크다.
또 회사가 직접 구매하는 재활용 소재에 대해 인증 절차와 품질 평가를 강화하고 협력사가 납품하는 부품 소재도 품질 평가서를 제공 받아 검토한 후, 적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ISO 14021 등 공신력 있는 외부기관의 재활용 소재 사용 비율 검증 및 인증에 협력사들도 동참하도록 소통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반도체 완성품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플라스틱 포장재를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교체한다.
삼성전자도 넷제로에 대한 비전과 재활용 소재 활용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신환경경영전략을 발표하고 ▲제품 생산과정과 사업장 내 연료 사용으로 발생하는 배출을 저감하는 '직접 탄소재출 제로화' ▲사업장 사용 전력, 스팀 등 에너지 생산 과정의 배출을 저감하는 사용전력 '재생에너지 전환' ▲제품 사용 단계 등 밸류체인 탄소배출량 저감 '제품 생애주기 전단계 탄소배출 저감' 등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주력 제품인 갤럭시S24의 주요 부품에 재활용 소재를 적용하기도 했다. 갤럭시S24 울트라와 플러스에는 재활용 코발트 50%를 적용한 배터리가 사용됐다. 갤럭시S24 시리즈 스피커에 재활용 희토류 100%, 재활용 강철은 40% 이상 적용했다. 또 재활용 TPU(열가소성폴리우레탄)는 단말기의 사이드키와 볼륨키에 일부 적용됐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생산 과정에 있어 탄소 배출은 불가피한 일이지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기업 차원 움직임은 지속될 것"이라며 "저탄소 제조 과정, 재활용 소재 사용을 이뤄내기 위해선 협력사의 적극적인 동참 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