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서울 강서구 일대에서 전세사기 행각을 벌여 임대차보증금 84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른바 '1세대 빌라왕'이 항소심에서 일부 감형받았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당시 최태영 정덕수 구광현 부장판사)는 지난달 사기 혐의로 기소된 임대사업자 이모(70) 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법원 로고[사진=뉴스핌DB] |
이씨는 2017년 6월~2018년 12월 강서구 일대에서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임차인 43명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 총 84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가 보유한 빌라와 다세대주택은 총 497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자본 갭투자는 임대차 계약과 매매 계약을 동시에 맺고 투자금 없이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으로 건축주에게 신축 빌라 등의 매매대금을 내는 투자 방식이다.
1심은 "전세사기 범행은 서민과 사회초년생 피해자들의 사실상 전 재산을 대상으로 한 범행으로 죄질이 나쁘다"며 지난해 7월 이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이에 이씨와 검찰은 각각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이씨 측은 항소심에서 일부 부동산은 분양대금이 보증금 액수를 초과하고 무자본 갭투자로 취득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며 다퉜다.
그러나 항소심도 "피고인은 임대차기간 만료 시 피해자들에게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할 경제적 능력이 없었고 임대인으로서 건물 하자에 대한 유지보수 등 관련 의무를 이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임대차보증금을 지급받아 편취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분양대금 부분에 대해서는 "분양계약서상 분양대금(1억9300만원)은 세금을 덜 내기 위한 목적이었고 실제 분양대금은 (전세보증금과 동일한) 1억5300만원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이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다수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반복적으로 범행했고 편취액수가 다액"이라며 "일부 피해자들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사이에 전세금 안심대출보증계약을 체결해 공사로부터 보증금을 반환받았으나 그만큼 피해가 공사에 전가된 것일 뿐 피해가 회복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이 사건 범행은 판결이 확정된 사기죄와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해야 하는 점, 피해 부동산 11채에 대한 강제경제가 이뤄져 공사가 약 18억원 상당을 배당받아 피해가 일부 회복된 점, 피해 부동산 상당수에 대해 경매절차가 진행 중인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이번 사건 외에도 2020년 2월 사기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8월 징역 1년6개월을 확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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