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삼성엔지니어링에서 퇴사한 직후 회사의 반도체 제조용 초순수시스템 관련 영업비밀 자료를 협력업체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전 직원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당시 조병구 부장판사)는 지난달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법원 로고. 2020.03.23 pangbin@newspim.com |
또 함께 재판에 넘겨진 삼성전자·삼성엔지니어링 협력업체 B사에 벌금 1억원, B사 임원 C씨에 징역 2년, 직원 D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20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2차 배관 시공 및 관련 5D 설계, 초순수시스템 배관 시공 등을 해 온 B사는 2019년 4월경 중국에서 추진 중인 반도체공장 설립 프로젝트 입찰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B사는 금속이온 검출농도 0.1ppt(10조분의 1) 이하인 반도체 제조용 초순수시스템을 설계할 능력이 없었고 B사 전무인 C씨는 A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미 퇴사해 다른 회사를 차린 A씨는 삼성엔지니어링 초순수설계팀 소속 엔지니어로부터 B사가 중국 업체에 제출할 입찰자료를 받아 C씨에게 건넸다.
해당 입찰자료는 삼성엔지니어링이 삼성전자 평택공장 P2라인의 초순수시스템 설계를 위해 만들어놓은 설계탬플릿 프로그램을 사용해 작성된 것으로 조사됐다.
초순수는 물속 이온, 유기물, 미생물, 미립자 등 각종 불순물을 10조분의 1 단위 이하까지 제거한 순수에 가까운 물로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각종 세정작업에 사용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06년부터 매년 300억원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들여 고난이도 수처리기술인 반도체 초순수시스템을 구축했다.
검찰은 이들이 삼성엔지니어링의 영업비밀을 부정하게 취득해 해외로 유출한 것으로 보고 2022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상 영업비밀국외누설 등 혐의로 기소했다.
B사 직원 D씨는 2019년 1월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해 P1라인 공정 배치도 등을 몰래 따라 그리는 방법으로 산업기술을 무단 취득한 혐의를 받았다.
이들은 재판에서 해당 자료가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거나 영업비밀 유출을 공모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삼성엔지니어링은 설계 노하우 등을 이 사건 설계템플릿에 반영해 고객사의 요구에 최적화된 반도체 제조용 초순수시스템을 설계했다"며 "피고인들이 유출한 각 파일의 경제적 유용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범행은 초순수시스템의 설계 및 시공 관련 기술의 연구·개발을 위해 투입한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부정한 방법으로 탈취하려는 것일 뿐만 아니라 관련 분야의 건전한 경쟁과 거래질서를 심각하게 저해하고 국가 산업 경쟁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범죄로 죄질이 나쁘고 비난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취득한 정보들은 입찰 참여 전 프로젝트가 무산되는 바람에 해외로 유출되지 않은 점, 이로 인해 피고인들이 얻은 이익이나 피해 회사가 입은 손해의 정도가 크지 않은 점 등을 유리한 양형사유로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A씨와 C씨가 삼성엔지니어링의 설계템플릿과 이를 통해 생성한 파일들이 산업기술보호법에 의해 보호되는 산업기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해당 반도체 제조용 초순수시스템은 2022년 10월에야 산업발전법 및 산업통상자원부 고시에 따른 첨단기술에 포함됐기 때문에 이들이 산업기술임을 알면서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다만 D씨가 반출한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정 배치도는 국가핵심기술이자 산업기술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B사가 삼성전자와 체결한 비밀유지약정에 위반해 몰래 산업기술을 탈취해 간 것으로 죄책이 가볍지 않으나 다른 업체로 유출했다고 볼만한 정황이 없다"며 D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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