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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가 의사 대체?…또 불거진 업무범위 논란

기사등록 : 2024-02-2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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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협 "우리가 의사 대체 가능"
의협 "한의사, 응급 수술 불가능"
법으로 업무 범위 나누고 있지 않아
판례는 의료기기 사용까지 인정 추세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공백이 발생하자 한의사들이 의사 업무를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업무 범위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의사와 한의사의 업무 범위는 법적으로 명확히 나뉘어져 있지 않아 늘 논란의 소재다. 다만 정부는 응급 처치 등이 필요한 이번 사태에선 한의사의 의사 업무 대체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가 전공의 복귀 마지노선으로 29일로 정했다. 정부는 사법절차 돌입과 동시에 전공의들에게 대화를 제안했다. 마지막 타협이 불발되면 전공의 무더기 행정처분이나 고발이 이어질 수 있어 의료공백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4.02.28 yym58@newspim.com

이 같은 상황에서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전날 성명서를 내고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의사들을 투입해달라고 요구했다.  

한의협은 "3만 한의사 일동은 불안에 떨고 있는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돌볼 수 있도록 한의사의 업무범위 및 1차 의료(필수의료)의 참여 확대조치의 조속한 시행을 정부당국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집단파업에 대비해 전국의 한의원과 한방병원, 한의과대학부속병원들이 '평일 야간진료 및 공휴일 진료 확대'를 통해 기본적인 1차 진료는 물론 응급환자 발생 시 효율적인 처치와 연계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한특위)는 즉각 반발했다. 같은 날 입장문을 통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상 응급의료기관도 아닌 한방의료기관에서 응급환자를 받아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우선 이번 사태에서 한의사를 대체 투입하는 일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장기적으론 직역 범위 조정을 검토하고 있지만, 수술이 필요한 응급·중환자 등을 진료해야 하는 현재 상황에선 업무 대체가 불가능하다고 봤다.

업무 범위를 두고 한의계와 양의계가 충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의료법상 이들의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근거가 없어 충돌은 매번 개별 사안별로 일어난다.

최근 판례를 보면 의료기기 사용은 한의사의 업무 범위로 인정하는 추세지만, 약물 사용에 있어서는 여전히 제한을 두고 있다. 

한의사의 초음파, 뇌파계 등 첨단의료기기 사용은 2022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 이후 무죄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9월 초음파를 사용한 한의사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원심 판결을 기각하고 무죄 판결을 내렸다. 앞서 뇌파계와 엑스선 골밀도측정기 사용에 대한 대법원과 1심 판결도 무죄로 결론이 났다.

다만 약물 사용에 있어서는 제한을 두고 있다. 봉침액(벌침액)에 국소마취제 리도카인 주사액을 혼합해 환자의 통증 부위에 주사해 무면허 의료 행위로 기소된 한의사에 대해 법원은 유죄 판결을 내렸다.

정부는 이번 사태에서 한의사를 의사 대체 인력으로 투입하는 일은 없겠지만, 한의계와 양의계가 계속 같은 문제로 충돌하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업무 범위 조정과 관련한 논의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ykno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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