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지난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수수 사건'의 정점으로 지목돼 구속기소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첫 재판에 출석해 "돈봉투 사건에 정치적 책임은 있지만 관여한 적은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는 4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송 전 대표의 1차 공판을 열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사건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해 12월 18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2023.12.18 leemario@newspim.com |
지난해 12월 1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이후 처음 모습을 드러낸 송 전 대표는 이날 연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와 20분간 자신의 무고함을 피력했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저의 정치적 책임이 있지만 법률적으로는 이 사건에 관여한 바 없고 잘 모르는 사안"이라고 했다.
이어 "검찰은 보좌관이 어떻게 의원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일을 처리하느냐고 의문을 가지지만 고발사주 사건에서 손준성(검사장)과 윤석열 검찰총장(현 대통령)의 공모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고 양승태(전 대법원장)와 법원행정처의 공모 관계도 인정하지 않았다"며 "의원과 보좌관은 4년 후 (선거에서) 떨어지면 직장이 없어지는 벤처기업과 같은 관계"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보좌관이던 박용수 씨로부터 돈봉투나 부외자금과 관련해 보고받지 않았다는 취지다.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외곽 후원조직인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를 통한 불법 정치자금 및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그는 "부정한 정치자금을 누가 현금으로 받지 않고 투명하게 영수증까지 발행해서 받고 (기부자를) 외부에 공개되는 일정에서 공식적으로 만나겠느냐"라며 "선거에 먹사연을 개입한 적이 없고 부정한 청탁을 약속 받은 적도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집 한 채 없이 청렴하게 정치했는데 검찰의 기소는 저를 모욕하는 행위고 정치적으로 먹칠해 송영길을 무너뜨리려는 보복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26일 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한 송 전 대표는 이날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제가 영장 담당 판사님을 설득하지 못해 구속됐는데 정말 힘들었다"며 "두 달 반을 매일 밤 108배를 하면서 재판장님 앞에서 안타까움을 호소할 시간을 기다려왔다"고 했다.
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언급하며 "제가 이번 총선이 다가오면서 모레 창당하게 되는데 너무 답답하다.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조 전 장관은 항소심에서도 실형이 선고됐지만 법정 구속되지 않아 창당 후 출마를 준비 중이며 송 전 대표도 오는 6일 신당 '소나무당' 창당대회를 열 예정이다.
재판부는 6일 열리는 다음 공판에서 송 전 대표에 대한 보석 심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날 송 전 대표 측 변호인은 검찰의 별건수사와 위법수집증거도 문제 삼았다. 변호인은 "검찰은 돈봉투 사건으로 발부받은 압수수색영장으로 객관적 관련성이 없는 먹사연 관련 정보를 수집했다"며 "먹사연 관련 증인들은 검찰에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를 제시받고 오염된 진술을 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추후 양측의 구체적인 의견을 듣기로 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2021년 5월 2일 민주당 당대표 경선에서 당선되기 위해 6000만원의 부외 선거자금을 수수한 뒤 총 6650만원의 금품을 살포하는 데 관여한 혐의 등으로 지난 1월 4일 구속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송 전 대표는 2020년 1월~2021년 12월 먹사연을 후원금 명목으로 불법 정치자금 7억63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이 중 4000만원은 2021년 7~8월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으로부터 국가산업단지 소각장 증설을 위한 인허가 관련 청탁 명목으로 받았다고 보고 뇌물 혐의도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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