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는 왜 오픈AI와 샘 알트먼을 고소했을까? 인류의 미래를 논하던 열정적인 브로맨스가 진흙탕을 구르고 있다.
2015년 오픈AI를 공동으로 설립하고 이사회 공동 의장까지 맡았던 일론 머스크가 오픈AI와 CEO 샘 알트만에게 제기한 소송의 공식적인 이유는 '설립 협약 위반'.
머스크는 제출한 소장을 통해 오픈AI는 '인류의 이익'을 위해' AI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큰 기술회사 마이크로소프트(MS)의 폐쇄형소스 자회사로 변모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오픈AI가 초심으로 돌아가 인류의 이익(Benefit of humanity)을 위해 AGI를 개발하고, GPT-4등의 소스와 기술을 일반인에게 공개하도록 명령"해 달라고 법원에 요구했다.
어찌 보면 생뚱 맞아 보이는 이 소송에 대한 해석 또한 제 각각이다.
누구는 예민하고 뒤끝 긴 머스크가 AI 후발주자로서 잘 나가는 오픈AI를 시샘해 공연한 트집으로 발목 잡는 것이라 했고 다른 이는 최근 여러가지 소송에 시달리는 머스크가 전략적인 대응으로 선택한 홍보책으로 보았다. 심지어 IT전문지 디인포메이션은 머스크가 자신의 스타트업 'X.ai'의 전문가들을 오픈AI에 빼앗기지 않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까지 내놓았다.
하민회 이미지21 대표. |
일론 머스크는 워낙 독특한 캐릭터라 누구도 속내를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세간의 말처럼 소송의 동인이 옹졸한 사적 복수일수도 있고 반대로 원대한 인류애 일수도 있다. 하지만 원인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그의 소송이 'AI 기업의 인도주의적 태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머스크는 이번 소송으로 우리에게 AI 기업과 기술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계기를 제공했다.
머스크의 소송은 어찌 보면 AI 기업들의 전형적인 성장모델에 대한 '강력한 이의제기'에 가깝다. 처음 회사를 시작할 때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AI를 개발하고 활용하겠다고 약속하지만 빅테크의 자본력 아래 놓이면 자의 든 타의 든 초심을 잃게 되고 어느새 수익사업으로 내달린다.
지금은 구글의 AI 사업부가 된 딥마인드가 그랬다. 2010년 런던에서 설립된 딥마인드는 인간처럼 자연스럽게 다양한 인지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강력한 AI개발을 목표로 삼았다. 2015년 구글 인수 전까지 딥마인드의 홈페이지에는 '과학을 발전시키고 인류의 이익을 위해' 라는 비전이 굵은 글씨체로 쓰여 있었지만 지금은 온통 제미나이 소개뿐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로이터 뉴스핌] 2024.01.17 mj72284@newspim.com |
구글은 딥마인드를 인수하면서 AI 기술의 공정한 쓰임을 위한 윤리 위원회 설치를 약속했지만 현재 윤리위원회 인사명단이나 활동내용 등 조직의 정확한 성격과 범위는 비밀에 부쳐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에 의하면 2019년 딥마인드가 개발한 AI 기술의 소유권도 이 윤리위원회가 가지고 있다.
최근 '유럽 판 오픈AI'로 주목받고 있는 프랑스 AI 스타트업 미스트랄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미스트랄은 저렴한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만들어 누구든 컴퓨팅 리소스만 있으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미스트랄이 천명한 '치열한 독립'과 '개방적이고 이식 가능한' AI에 대한 의지는 MS에서 16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으며 희석되었다. 미스트랄의 최신 AI시스템은 비공개소스다.
오픈AI의 변화는 어느 스타트업 보다 빠르고 드라마틱했다. 개방적인 방식으로 인류를 이롭게 하겠다는 오픈AI의 비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오픈AI는 시간이 지날수록 비밀스러워지고 복잡한 기업구조가 되면서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특히 CEO 샘 알트먼의 행보는 의혹스럽고 위험해 보인다.
가장 우려되는 건 암호화폐 월드코인(World Coin) 프로젝트다. 지난 해 7월 샘 알트만의 주도로 시작된 월드코인 프로젝트는 인간과 AI를 구분하기 위해 인간임을 입증하는 생체정보(홍채)를 제공하고 ID를 받아 암호화폐 월드코인을 기본소득을 받는다.
베타테스트 기간에만 전 세계 200만 명이 등록했고 오픈AI의 상승세를 타고 최근 등록자가 400만명에 이른다. 영상생성AI 소라 발표 후 월드코인의 급등과 함께 국내에서도 등록자가 급증하자 개인정보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다. '개인정보 보호법'상 민감 정보 수집·처리 전반, 개인 정보의 국외 이전 등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관련 법규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인턴기자 = '챗GPT의 아버지'라 불리는 샘 알트만 오픈AI 대표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에서 열린 'K-Startups meet OpenAI'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샘 알트만 대표의 방한을 맞아 열린 이번 간담회에는 이영 장관과 국내 스타트업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2023.06.09 choipix16@newspim.com |
사실 월드코인 프로젝트는 구체적인 설명이 아무것도 없는 두루뭉술한 개념 프로젝트다. 사람임을 입증하기 위해 굳이 민감정보인 생체정보 그것도 가장 고유하면서도 개인의 질환과 유전적 정보가 많이 담긴 예민한 홍채정보를 수집하는 이유나 수집된 정보의 안전한 처리 과정과 기술, 심지어 월드코인이 전 세계인의 기본소득이 될 만큼 성장하는 구조적인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명료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만일 AI에이전트를 사용하기 위해 개인권한을 대부분 AI에게 위임한 상태에서 홍채정보를 해킹 당한다면 전 재산과 존재 자체까지 위협당할 수 있다. 미국과 케냐가 월드 ID발급을 금지하고 프랑스, 영국, 독일, 스페인 정보당국이 법률검토에 들어간 것도 그 같은 위험성 때문이다.
샘 알트만은 등장초기부터 AI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며 법적 규제를 요청하고 인류의 삶을 개선할 목적으로 AI를 개발하겠다는 공개서한에 서명하는 등 누구보다 '책임 있는 AI'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오픈AI 탁월한 기술을 앞세워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 유치에 나서고 암호화폐로 민감한 생체정보를 모으는 등 모순적인 행동은 그가 생각하는 책임이 과연 무엇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기술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등장하지만 사람의 욕망과 이익에 의해 충분히 휘둘릴 수 있다. 머스크의 소송은 'AI 기술의 선한 출발점에 대한 배신'과 '기술의 위기에 좀 더 솔직해질 필요성'에 대한 호소다. 머스크가 옳다. AI 기술의 방향을 선택할 시간이 남아있을 때 우리는 초심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하민회 이미지21대표(코가로보틱스 마케팅자문) =△경영 컨설턴트, AI전략전문가△ ㈜이미지21대표, 코가로보틱스 마케팅자문△경영학 박사 (HRD)△서울과학종합대학원 인공지능전략 석사△핀란드 ALTO 대학 MBA △상명대예술경영대학원 비주얼 저널리즘 석사 △한국외대 및 교육대학원 졸업 △경제지 및 전문지 칼럼니스트 △SERI CEO 이미지리더십 패널 △KBS, TBS, OBS, CBS 등 방송 패널 △YouTube <책사이> 진행 중 △저서: 쏘셜력 날개를 달다 (2016), 위미니지먼트로 경쟁하라(2008), 이미지리더십(2005), 포토에세이 바라나시 (2007)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