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업황 악화에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의 한계 사업 매각 및 공장 가동 중단이 잇따르고 있다.
LG화학은 여수 나프타분해설비(NCC) 2공장 매각을 추진중인데 이어 스티렌모노머(SM) 생산 공장의 가동을 중단키로 했다. 가동할수록 손해가 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중국내 범용 제품 공장을 모두 매각한데 이어, 말레이시아 롯데케미칼타이탄(LC타이탄)의 매각을 검토 중이다.
석화업체들이 한계 사업 정리에 들어간 가운데, 수 년전부터 석유화학업 투자를 강화한 정유사들에게도 불똥이 튀는 것 아니냔 우려가 나온다. 대표적인 사업이 에쓰오일(S-OiL)의 '샤힌 프로젝트'다. 정유사들의 대규모 석유화학 설비 증설이 향후 공급 과잉을 부채질 하는 것 아니냔 지적이다.
일각에선 석유화학업은 경기 변동에 따른 대표적 사이클 산업인데, 현재의 석유화학 불황은 전과는 다른 구조적 불황 아니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다만 휘발유차를 전기차가 대체한 것과 같이 석유화학 제품을 완벽히 대체할 만한 대체재가 나오지 않는 이상 수요 성장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팽팽하다.
◆ 신기술 적용된 세계 최대 규모 설비...원가경쟁력 확보 핵심
13일 에쓰오일과 정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이 추진중인 '샤힌 프로젝트'는 울산에 총 9조258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 석유화학 스팀 크래커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핵심 설비인 스팀 크래커는 원유 정제에서 나오는 나프타와 부생가스 등 다양한 원료를 투입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설비다.
또 원유에서 직접 석유화학 원료(LPG, 나프타)로 전환하는 신기술이 적용된 TC2C 시설, 플라스틱 등 합성수지 원료로 쓰이는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폴리머 시설도 건설중이다. 오는 2026년 상반기 중 완공될 예정이다.
지난해 3월 샤힌 프로젝트 기공식 모습 [사진=에쓰오일] |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으로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샤힌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에쓰오일의 석유화학 비중은 생산물량 기준 현재 12%에서 25% 수준으로 2배 이상 늘어난다.
현재 국내외 정유사들은 휘발유, 경유 수요 둔화에 따라 정유설비 증설을 하지 않고 있다. 자동차용 연료가 전기차로 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사들이 탈정유 시대를 대비해 석유화학 사업 비중을 늘리고 있는 배경이다.
◆ 석유화학 업황 악화 장기화시 정유사도 타격?..."오히려 기회될 수도"
이에 따라 현재와 같은 불황이 장기화할 경우 정유사들의 석유화학 사업도 영향을 받는 것 아니냔 분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에쓰오일 같은 국내 정유사들은 정유사업 비중을 줄이기 위해 일찌감치 친환경, 석유화학사업에 진출했다"며 "중국 등 글로벌 업체들과의 석유화학제품 경쟁에서 정유사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그러나 "현재 석유화학 구조조정의 공통점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곳은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일본과 호주는 노후 정제설비를 폐쇄하고 정책적으로 수입을 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규모와 원료의 원가 경쟁력, 에너지효율이 높은 설비,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획기적으로 감축하는 최신 설비인 샤힌 프로젝트는 그래서 향후 더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석유화학 담당 연구원은 "이번 석유화학 사이클 약세에 한계 설비인 일본의 노후설비들을 아예 없애야 합리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지는데 일본 역시 아직 잠잠하고, 중국도 공급 과잉이라고 하지만 계속해서 설비 증설을 발표하고 있다"며 "석유화학의 완벽한 대체재가 나오지 않는 이상 석유화학제품 수요는 향후 지속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 연구원은 "기존 석유화학업체는 원료(원유)를 사와야 하지만, 에쓰오일 같은 정유사들은 원료를 직접 생산하니까 수직계열화 효과가 클 것"이라며 "에쓰오일 전체적으로 봐도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기업 규모가 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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