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정부가 전국 의과대학 증원 2000명 중 비수도권에 82%, 경기도‧인천에 18%를 배정했다.
전문가들은 지역 의사 배출을 위해 비수도권 대학에 증원 규모가 집중 배정된 만큼 대학의 지역 의사 배출 평가에 따라 정원을 줄이는 '지역 잔류형 연동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20일 전체 의대 증원 2000명 중 비수도권엔 1639명, 경기도와 인천엔 361명을 배정한다고 밝혔다.
◆ 정부, 비수도권 의대에 82% 배정…지역 출신 인재 중요
정부는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3대 기준을 고려했다. 비수도권, 소규모 의대, 지역‧필수의료 지원 및 교육역량이다.
지역거점 의대는 총정원을 200명 수준으로 확보했다. 중규모 의대는 상이한 교육‧지역 여건을 반영해 총정원 규모를 120명에서 150명 수준으로 늘렸다. 정원 50인 미만 소규모 의대는 최소 100명 수준으로 배정받았다. 반면 2023년 기준 서울의 인구 천명당 의사 수는 3.6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3.7명에 근접해 배정에서 제외됐다.
[사진=교육부 제공] |
전문가들은 비수도권 배정에 대해 옳은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의 인구 천명당 의사 수는 3.61명인 반면 경기는 1.80명, 인천은 1.89명에 불과하다.
오주환 서울의대 교수는 "수도권의 의사는 이미 과잉 상태로 수도권에 배정을 안 해도 된다"며 "지역 의사 배출이 목표라면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 100% 지원하는 방향이 맞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서울 지역이 정원 배정에서 제외되면서 서울에 대한 역차별 논란도 일고 있다. 김윤 서울의대 교수는 배정 결과만 보면 서울이 제외됐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모든 국민의 의료접근성을 높이려면 지역 출신 인재가 중요해 역차별로 봐선 안 된다고 답했다.
김 교수는 "현재 의사들이 졸업 후 수도권으로 가는 이유는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이 지역 의대에서 졸업 후 다시 거주 지역으로 가기 때문"이라며 "지역에 사는 인재를 발굴해 지역 의대에서 교육하고 졸업 후 정착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비수도권 의대가 증원된 규모만큼 지역 출신 인재를 뽑도록 '지역인재전형 의무 선발 비율'을 대폭 상향했다. 지역인재 전형 의무 선발 비율을 기존 40%에서 80%로 대폭 확대한다.
아울러 배출된 지역 인재가 지역에 정착하도록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도입할 계획이다.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는 정부가 의대생과 의사를 대상으로 지역에서 일하는 대신 입학, 교육, 주거까지 지원하는 제도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 개혁 관련 대국민담화를 마치고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 총리,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2024.03.20 yooksa@newspim.com |
◆ 전문가, 대학 책임 의식 중요…"지역 잔류형 연동제 실시해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비수도권 의대 비중을 대폭 확대한 만큼 각 대학이 지역 의사 배출에 책임을 느끼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비수도권 의대 정원 확대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 의사가 늘어 지역에 사는 국민의 의료 접근성과 질이 높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오 교수는 "증원된 대학은 졸업생들이 최소한 자기 지역에서 일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정부는 증원을 해주는 대신 지역 의사를 배출하지 못하면 증원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신호를 줄 수 있는 지역 잔류형 연동제를 함께 실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건국대 병원"이라며 "건국대 병원은 서울과 충주에 있는데 의료 환경이나 의사 수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 증원된 각 대학이 지역 의사 배출에 노력하도록 정부가 증원된 대학을 대상으로 평가하는 조치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도 지역 잔류형 연동제 실시에 대해 고려해볼 수 있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증원된 인력이 지역 의사로 양성되는 효과는 10년 후에 나타나 지역 잔류형 연동제의 효과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답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역 중심 배분은 지역과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필요조건"이라며 "필수의료에 대한 공정한 보상 등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함께 추진돼야 증원의 효과가 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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