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정부가 의료 취약지대로 꼽히는 쪽방촌과 섬지역에 있는 의사까지 상급종합병원으로 파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현재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으로 생긴 상급종합병원 의료 공백을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차출로 해결하고 있다.
이에 쪽방촌 거주자와 거리 노숙인, 산간벽지 주민들이 의료 사각지대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들은 주거지에 대형병원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이용하기 어려운 의료 취약계층이다.
◆ 공보의 없인 노숙인·쪽방촌 진료 불가능...대체 인력 無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서울역 10번 출구 근처 쪽방촌. 한 시민이 골목 사이로 걸어가고 있다. 2023.02.03 whalsry94@newspim.com |
24일 뉴스핌 취재에 따르면 대구 쪽방촌 공보의와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면에 있는 섬 공보의가 대형병원으로 차출됐다.
대구지역 공보의는 쪽방촌 거주자 약 624명과 노숙인 약 739명 등 1300여명을 돌보다 대형병원으로 한 달 파견됐다. 이들을 돌보던 공보의는 1명이었지만 대체 인력은 투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쪽방촌 거주자와 거리 노숙인 대부분은 기초 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이다. 동네의원뿐 아니라 대형병원 등 모든 병원을 공공기관 도움 없이 이용하기 어렵다.
전북 부안군 격포항에서 약 14㎞ 떨어진 위도에서 진료를 보던 공보의도 대형병원으로 파견됐다. 위도면은 병원이 없어 부안군보건소 위도보건지소를 방문해야 의사인 공보의를 만날 수 있다. 위도면은 응급 환자를 헬기로 이송한 경우가 1년 사이 수십여 차례 있을 만치 긴급 상황 발생 빈도가 잦다. 위도 인구는 1089명(2024년 2월말 기준)으로 고령자가 많다.
두 곳 모두 대표적 의료 사각지대다. 공보의가 없는 진료소에선 진찰과 약 처방 같은 기본적인 1차 진료를 즉각 받기 어렵다. 공보의가 없으면 환자를 병원에 보내기 전 정밀 진단을 내려 이송될 진료과 안내와 응급처치를 받지 못 한다.
의료계 관계자 A씨는 "쪽방촌 거주민이나 노숙인들은 (외래) 진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 인근 무료진료소나 상담소에서 치료받는 경우가 많다"며 "공보의 선생님이 없으면 정기적으로 복용해야하는 혈압약 등 의약품을 지급할 수 없고, 급한 상황이면 바로 병원에 보내야 하는 등 대부분을 외래 진료로 대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발령 지시 다음날 대형병원 배치...인수인계 불가능, '구멍 뚫린 의료 사각지대'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 병원 및 생활치료센터 병상 부족으로 재택치료가 필요한 노숙인 수용을 위해 한 교회에서 설치한 텐트가 놓여있다. [서울=뉴스핌DB] |
공보의 차출이 주먹구구식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쪽방촌 의사와 섬 근무 의사를 차출하는 등 공보의 선출 기준과 과정이 모호해서다. 한 공보의는 금요일 발령 지시를 받고 주말이 지난 바로 다음 날인 월요일 배치가 이뤄져 인수인계를 거의 못 하고 떠나거나, 대체 인력이 즉각 투입되지 않는 등 지역 의료 현장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공보의 B씨는 "(공보의) 선생님 부재 시 담당 지역에서 어떤 의료 공백이 생길지 고려되지 않고 있다"며 "(차출되는) 선생님마다 어떤 환자를 맡고 있었는지 파악하고 이들을 다른 기관에 인계하는 등 의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보의 차출 기준이 필요하다"며 공보의 차출로 발생하는 지역 의료 공백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후속 조치를 촉구했다.
이어 "정부는 '지역 의료가 무너지고 있다'며 의대 증원을 얘기했는데, 결국 지역 공보의를 수도권으로 차출하는 건 의료 개혁 방향과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공보의 차출도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1일부터 상급종합병원에 공보의 166명을 1차 파견한 데 이어 공보의 100명을 오는 25일까지 추가 파견하는 등 총 366명을 차출할 예정이다. 공보의 중 치과의사와 한의사를 제외한 인원은 1434명(2023년 4월기준)이다.
정부는 대형병원에 있는 중증이나 응급환자 진료를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공보의를) 차출한 것으로 시도에서 공보의 배치 권한을 갖고 있고 후속조치도 여기서 결정할 문제"라며 "차출 지역은 순환근무와 방문진료, 주변 병의원 이용 등을 통해 진료 공백을 최소화 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공보의 배치가 발령 지침이 내려진 다음날 이뤄지는 등 인수인계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에는 "환자의 의료기록이 있는 상태이고, 특이 사항은 노트를 남겨놓고 가면 된다"며 "개별적으로 만나서 인수인계를 꼭 할 필요까진 없다"고 설명했다.
본지는 이틀간 전화와 문자로 여러 차례 쪽방촌과 섬 공보의 차출에 대한 추가 질의를 했지만 보건복지부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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